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개관 1주년 개인전서 작품 44점 공개
바버라 크루거 첫 한글 작품은 "충분하면 만족하라"
공고한 사회 제도와 예술 관념에 항거한 미국 여성 미술가 바버라 크루거(74) 개인전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이전 개관 1주년을 맞아 27일 개막해 12월 29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바버라 크루거: 포에버(Forever)'다.

1945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크루거는 시러큐스대학을 다니다 뉴욕에 있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학교를 옮겼다.

이후 잡지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사진 이미지와 글자를 결합한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예컨대 1980년대 대표작에는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는 문구가 있다.

미술관이 26일 공개한 전시장에는 그가 처음으로 만든 대형 한글 작품 두 점이 설치됐다.

높이 6m, 폭 21.7m인 '충분하면 만족하라'와 '제발웃어 제발울어'다.

'충분하면 만족하라'는 크루거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영문 글귀인 '플렌티 슈드 비 이너프'(Plenty should be enough)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미술관 측은 "'충분하면 만족하라'는 소비 지상주의와 욕망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언사"라며 "거대한 수직 텍스트가 압도적 조형미를 준다"고 설명했다.

바버라 크루거 첫 한글 작품은 "충분하면 만족하라"
전시 제목과 동일한 설치 작품 '포에버'는 천장을 제외한 벽과 바닥을 온통 문구로 채웠다.

바닥에는 조지 오웰 소설 '1984'에서 인용한 "만약 당신이 미래의 그림을 원한다면, 인간의 얼굴을 영원히 짓밟는 군화를 상상하라"는 문장이 있다.

이외에도 '무제'(Untitled)라는 제목으로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선보인다.

아울러 전시장에 있는 아카이브 룸에서는 작가 육성을 담은 인터뷰 영상,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출품작은 모두 44점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바버라 크루거는 당대 주요 이슈에 대해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며 "관람객이 크루거의 작품을 보며 자극을 받아 무뎌진 비판의식을 깨우고 능동적 사고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성인 1만3천원, 학생과 어르신 9천원, 만 3∼6세 어린이 7천원.
바버라 크루거 첫 한글 작품은 "충분하면 만족하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