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대 연구진, 렘수면 제어 뉴런 군(群) 시상하부서 발견
정체불명 렘수면? 알고 보니 에너지 활용 '최적화 전략'
밤에 잠이 들면 비렘수면((non-REM sleep)과 렘수면(REM sleep)이 대략 90분 주기로 몇 차례 반복된다.

REM은 'Rapid Eye Movement(급속안구운동)'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먼저 진행되는 비렘수면 단계에선 호흡이 느리고 규칙적이며, 팔다리나 안구 운동도 최소화돼 대부분 깊은 잠을 이룬다.

그런데 렘수면으로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진다.

급속한 안구 운동과 함께 호흡이 불규칙하게 빨라지고, 팔다리도 자주 움찔거린다.

수면 중인데도 깨어 있는 것처럼 뇌 활동이 활발해 종종 악몽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수면시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렘수면은 뇌의 기억 강화 등 긍정적인 기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수면의 또 다른 특이점은, 체온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렘수면 상태에 있거나 또는 깨어 있을 땐 정교한 체온 제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렇게 복잡미묘한 렘수면을 제어하는 특정 신경세포(뉴런) 그룹이 뇌 시상하부에서 발견됐다.

스위스 베른대 생물의학연구과(DBMR)의 마르크스 슈미트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베른대 측이 20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6/uob-np061919.php])에 공개한 연구개요에 따르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렘수면이 선택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먼저 주목된다.

보고서의 수석저자로서 이번 연구를 이끈 슈미트 교수는 앞서 렘수면에 관한 가설을 제시했다.

방어적 성격의 체온조절에 투입됐던 에너지를 뇌로 돌려, 여러 뇌 기능을 활성화하려는 행동 전략이 바로 렘수면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가, 체온 유지가 필요치 않으면 렘수면을 늘리고, 반대로 추위를 느낄 땐 렘수면을 줄이는 메커니즘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봤다.

결국 이번 연구 결과로 슈미트 교수의 이 가설은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건, 멜라닌 농축 호르몬(MCH) 신경세포 군으로, 실내(또는 주변) 온도 변화에 맞춰 렘수면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쥐에 실험한 결과, 실내 온도가 안락함을 느낄 만큼 올라가면 렘수면이 역동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으로 MCH 수용체를 없앤 생쥐는 따뜻한 온도가 되어도 렘수면을 늘리지 못했다.

이는 체온조절이 필요하지 않을 때 렘수면을 늘리려면 MCH 메커니즘이 개입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뇌의 특정 영역이 실내 온도에 따라 렘수면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과학 실험을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에서 생쥐의 MCH 뉴런을 온·오프 하는 덴 광유전학 기술이 사용됐다.

슈미트 교수는 "체온조절에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을 때, 더 중요한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렘수면의 존재 이유"라면서 "무엇보다 인체의 에너지 활용을 최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