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선두 나선 한상희 '未生의 반란'…최혜진·김지현, 반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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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6월 20 ~ 23일 포천힐스CC
6월 20 ~ 23일 포천힐스CC
“(골프를) 그만두지 않길 정말 잘했네요.”
21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55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2라운드 리더보드 최상단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적혀 있다. 주인공은 정규투어와 2부투어를 오가는 ‘셔틀 골퍼’ 한상희(29·사진)다. 그는 이날 버디 8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전날 4타를 줄였고 이날 7언더파를 친 그는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골프 포기 생각한 ‘미생’
한상희는 2014년 KLPGA 정규투어 무대에 진출했지만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매년 시드를 잃었다가 따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2017년 카이도여자오픈에서 첫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최종 3라운드에서 무너졌고 팬들의 기억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지난 시즌 상금순위 81위에 머물렀고 또다시 시드순위전으로 향했다. 시드전에서 41위를 기록해 ‘풀 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한상희는 “아무리 해도 되지 않았고 골프를 정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면서도 “(오늘 스코어를 보니) 골프를 그만두지 않길 정말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아킬레스건은 퍼트였다. 4년 전 퍼트 입스(yips)가 갑자기 찾아왔다. 퍼트 직전 양 손목 근육에 순간적으로 과도한 힘이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한상희는 “50㎝ 퍼트를 말도 안되게 오른쪽으로 빼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상희는 수많은 시도 끝에 고육책을 찾았다. 일반 퍼터보다 긴 ‘카운터 밸런스’ 퍼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손에 힘을 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카운터 밸런스 퍼터는 헤드와 그립이 일반 퍼터보다 무겁다. 퍼트 때 안정감을 제공하고 큰 근육을 사용해야 잘 써지도록 고안됐다. 한상희는 “여전히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 퍼터를 들면 큰 근육들을 사용하게 돼 입스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겨드랑이 사이를 벌리고 손목을 많이 꺾어 퍼팅하기 시작했는데 입스 때의 습관을 많이 고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60야드 장타에 25개 ‘짠물 퍼트’
한상희의 이날 경기력은 정규투어 정상급 선수에 버금갔다. 174㎝의 장신에서 나오는 260야드 장타를 치고도 페어웨이를 네 번밖에 놓치지 않았다. 러프로 들어간 공도 대다수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린 적중률은 83.3%에 달했다.
하이라이트는 퍼트였다. 그는 언제 입스가 있었냐는 듯 2라운드 퍼트 수를 25개로 막는 ‘짠물 퍼트’를 선보였고 선두 자리를 꿰찼다.
한상희는 “그린 스피드가 느린 편이었고 평소보다 2m씩 지나가게 치자는 마음으로 했더니 거리감이 정확했다”고 했다. 물오른 샷 감각에 대해선 “한순간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 코스였지만 내게는 잘 맞는 것 같다”며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친다는 생각보단 공을 떨어뜨려야겠다는 지점만 생각하고 쳤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또 한상희는 허무하게 날린 지난 우승 기회를 곱씹으며 “이번에는 내 잠재력을 확인하고 다시 KLPGA투어로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디펜딩 챔프’ 최혜진 추격 시작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0)은 타이틀 방어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전날 1타를 줄였던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 중간합계 6언더파를 적어내 선두권 추격을 시작했다. 자신의 최고 무기인 ‘송곳 아이언샷’이 되살아난 덕분이었다. 최혜진은 “어제(1라운드)에 비해 샷이 많이 좋아졌다”며 “4라운드 대회고 산악코스인 만큼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매치 퀸’ 김지현(28)도 4번홀(파3)부터 7번홀(파5)까지 4연속 버디를 잡는 등 5타를 줄여 5언더파를 기록해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한편 이날 2라운드 일부 경기는 폭우로 순연됐다. 오후에 티오프한 일부 조가 라운드를 마치지 못했고 오후 5시30분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2라운드 잔여 경기는 21일 오전 6시30분 재개한다. 3라운드는 오전 10시 시작한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21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55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2라운드 리더보드 최상단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적혀 있다. 주인공은 정규투어와 2부투어를 오가는 ‘셔틀 골퍼’ 한상희(29·사진)다. 그는 이날 버디 8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전날 4타를 줄였고 이날 7언더파를 친 그는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골프 포기 생각한 ‘미생’
한상희는 2014년 KLPGA 정규투어 무대에 진출했지만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매년 시드를 잃었다가 따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2017년 카이도여자오픈에서 첫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최종 3라운드에서 무너졌고 팬들의 기억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지난 시즌 상금순위 81위에 머물렀고 또다시 시드순위전으로 향했다. 시드전에서 41위를 기록해 ‘풀 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한상희는 “아무리 해도 되지 않았고 골프를 정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면서도 “(오늘 스코어를 보니) 골프를 그만두지 않길 정말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아킬레스건은 퍼트였다. 4년 전 퍼트 입스(yips)가 갑자기 찾아왔다. 퍼트 직전 양 손목 근육에 순간적으로 과도한 힘이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한상희는 “50㎝ 퍼트를 말도 안되게 오른쪽으로 빼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상희는 수많은 시도 끝에 고육책을 찾았다. 일반 퍼터보다 긴 ‘카운터 밸런스’ 퍼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손에 힘을 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카운터 밸런스 퍼터는 헤드와 그립이 일반 퍼터보다 무겁다. 퍼트 때 안정감을 제공하고 큰 근육을 사용해야 잘 써지도록 고안됐다. 한상희는 “여전히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 퍼터를 들면 큰 근육들을 사용하게 돼 입스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겨드랑이 사이를 벌리고 손목을 많이 꺾어 퍼팅하기 시작했는데 입스 때의 습관을 많이 고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60야드 장타에 25개 ‘짠물 퍼트’
한상희의 이날 경기력은 정규투어 정상급 선수에 버금갔다. 174㎝의 장신에서 나오는 260야드 장타를 치고도 페어웨이를 네 번밖에 놓치지 않았다. 러프로 들어간 공도 대다수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린 적중률은 83.3%에 달했다.
하이라이트는 퍼트였다. 그는 언제 입스가 있었냐는 듯 2라운드 퍼트 수를 25개로 막는 ‘짠물 퍼트’를 선보였고 선두 자리를 꿰찼다.
한상희는 “그린 스피드가 느린 편이었고 평소보다 2m씩 지나가게 치자는 마음으로 했더니 거리감이 정확했다”고 했다. 물오른 샷 감각에 대해선 “한순간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 코스였지만 내게는 잘 맞는 것 같다”며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친다는 생각보단 공을 떨어뜨려야겠다는 지점만 생각하고 쳤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또 한상희는 허무하게 날린 지난 우승 기회를 곱씹으며 “이번에는 내 잠재력을 확인하고 다시 KLPGA투어로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디펜딩 챔프’ 최혜진 추격 시작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0)은 타이틀 방어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전날 1타를 줄였던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 중간합계 6언더파를 적어내 선두권 추격을 시작했다. 자신의 최고 무기인 ‘송곳 아이언샷’이 되살아난 덕분이었다. 최혜진은 “어제(1라운드)에 비해 샷이 많이 좋아졌다”며 “4라운드 대회고 산악코스인 만큼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매치 퀸’ 김지현(28)도 4번홀(파3)부터 7번홀(파5)까지 4연속 버디를 잡는 등 5타를 줄여 5언더파를 기록해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한편 이날 2라운드 일부 경기는 폭우로 순연됐다. 오후에 티오프한 일부 조가 라운드를 마치지 못했고 오후 5시30분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2라운드 잔여 경기는 21일 오전 6시30분 재개한다. 3라운드는 오전 10시 시작한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