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보상 선수로 두산 입단…6월부터 마무리로
"정신적으로 힘들긴 합니다.

"
6월부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마무리 투수로 뛰는 이형범(25)은 '클로저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19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범은 "중간 계투로 던질 때는 '내가 최대한 막으면 뒤에 더 좋은 투수들이 막아주겠지'라고 생각했다.

뒤를 생각할 수 있었다"라며 "지금은 '내 뒤에 투수가 없다.

내가 끝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던진다.

우리 팀에 좋은 투수가 많은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성적을 보면 이런 고백이 '겸손'으로 느껴진다.

이형범은 19일까지 팀이 치른 74경기 중 40차례 등판해 5승 1패 7세이브 8홀드를 올렸다.

함덕주, 권혁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던 김태형 감독은 6월 들어 세이브 상황에서 이형범 카드를 꺼낸다.

이형범은 5월 29일부터 6월 19일까지, 10경기 10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김태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6월 1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짜릿한 순간도 연출했다.

두산이 10-7로 앞선 9회 초 무사 1루에서 이형범은 NC 양의지를 삼진 처리했다.

자신의 주 무기인 투심 패스트볼 3개를 던진 후, 시속 136㎞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양의지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형범은 "양의지 선배는 투수와의 수 싸움을 정말 잘한다.

내가 한 번 대결해서 삼진을 잡았다고, 양의지 선배를 이겼다고 할 수 없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내가 투심을 자주 던지니까, 그 공에는 양의지 선배가 충분히 대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포수 박세혁 선배의 사인에 따라 (투심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통했다"라고 양의지를 삼진 처리한 장면을 떠올렸다.

올 시즌 양의지와의 첫 대결은 이형범의 완승이었다.

이형범은 "내가 양의지 선배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 선수로 왔으니까, 양의지 선배와 만나면 꼭 범타 처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삼진을 잡을 줄은 몰랐다"라고 웃었다.

2012년 특별지명으로 NC에 입단해 2014∼2015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를 한 이형범은 지난해 12월 18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NC와 FA 계약을 하자 두산은 젊은 우완 투수 이형범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NC에서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던 그는 두산 불펜으로 2019시즌을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형범은 '손끝 감각'이 있는 투수다.

볼을 남발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이형범의 '신분'은 상승했다.

시즌 초에 불펜 승리조 자리를 꿰차더니, 마무리로 승격했다.

이형범은 "지금은 그냥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던지다 보면 2019년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 무기 투심은 '운'으로 만든 게 아니다.

이형범은 화순고 재학 중 이광우 당시 감독에게 투심을 배웠다.

한동안 던지지 않다가 2017년부터 투심을 다시 활용했다.

이형범은 "내 직구(포심 패스트볼)는 시속 140㎞대 초중반이다.

'직구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고, 무빙 패스트볼을 연마했다"며 "스프링캠프 기간에 투심 제구를 잡고자 노력했는데 각이 커지는 효과까지 얻었다.

작년에는 높게 제구되거나 타자들이 처음부터 볼이라고 판단할만한 공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실투가 줄었다"고 했다.

실투가 적은 이형범 덕에, 두산의 뒷문 걱정이 사라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