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던 국제유가 출렁
유조선 용선료·보험료 들썩
이란 제재 이후 두 번째 유조선 공격
이번에 유조선 공격이 발생한 곳은 호르무즈해협과 맞닿아 있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걸프 산유국은 하루 1800만 배럴의 원유 중 대부분을 이 해협을 통해 보낸다. 이번 공격은 지난 5월 12일 유조선 4척에 대한 공격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공격은 배가 잠시 멈추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피격은 검은 연기가 치솟고 선원들이 긴급히 탈출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번 피격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수습해보겠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시기에 벌어져 충격이 더 크다.
요동친 국제 유가
하지만 국제 유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WTI는 14일 배럴당 52.3~52.4달러까지 소폭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등 중동 정세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유조선 습격 사건보다도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 확대 등으로 유가가 오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유조선 습격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만큼 미국이 군사보복에 나서거나 하는 등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유조선 피격 전까지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향했지만 중동 긴장이 격화하면 배럴당 100달러가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는 벌써부터 치솟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잇따라 벌어진 유조선 공격으로 인해 유조선 용선료와 보험료가 뛰고 있다. 운송 보험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피격당한 뒤 크기와 화물에 따라 5~15%의 보험료가 인상됐다.
유조선 운임도 크게 오를 기세다. 선주들이 위험이 높아진 호르무즈해협 운항을 꺼리고 있어서다. 미국 뉴욕에 있는 카라자스마린어드바이저의 바실 카라자스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조선 운임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유 수송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걸프전 때도 유조선 보험료와 운송료가 급등했다.
한국 해운업체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 해운회사들이 운영하는 유조선의 70% 이상이 다니는 곳이다. SK해운은 19척의 유조선을 운영 중이며, 장금상선 계열사인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10척,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상선이 5척씩 보유하고 있다. 유조선을 포함해 한 달 평균 40척의 한국 선박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전쟁 등으로 봉쇄된다면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물론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