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박 / 사진 = 연합뉴스
유진박 / 사진 = 연합뉴스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매니저에게 또다시 착취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0일 유진박의 매니저인 김 모(59)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서울 남부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으로 드러났다. 센터 측 고발장에 따르면 매니저 김모 씨는 유진박의 명의로 2억원에 가까운 사채를 몰래 빌려 쓰고 출연료 5억600만원을 횡령했다. 또 김씨가 유진박이 소유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치워 4억8000만원을 챙기는 등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센터는 유진박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MBC로부터 자료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는 유진박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도중 유진박이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사실을 알게 돼 고발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명문 음대인 줄리아드스쿨 음악학교에서 학사를 수여한 유진박은 이미 여덟 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이 학교의 예비학교에 입학한 수재다. 열세 살 때 뉴욕 링컨센터 데뷔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며 국내외에 이름을 크게 알렸다.

이후 유진박은 소니 뮤직과 계약을 맺고 1997년과 1998년 잇달아 내놓은 앨범은 총 100만장 가량이 팔렸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선보인 예술가로 유명하며 이듬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내한공연 무대에도 함께 올랐다.

이번에 고발당한 매니저 김씨는 1990년대 유진박이 전성기를 누리도록 도왔고 유진박이 여러 어려움을 겪은 이후 다시 만나 함께 일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990년대 말 유진박은 김씨와 헤어지고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소속사의 감금, 폭행 시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부산의 곱창집에서 연주를 한 영상이 떠돌아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지나 재회한 매니저의 배신 소식에 대중들이 한목소리로 탄식을 내뱉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