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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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 당국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논의가 활발해졌다. 공개석상에서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등 암호화폐 제도화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어 주목된다.

암호화폐 주무부처 격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이달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ETF에 대해 규제당국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헤스터 위원은 "미국에서 ETF 상품이 등장한지 25년이 넘었음에도 규제당국은 ETF시장을 유아로 취급하고 있다"며 SEC가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암호화폐 ETF가 출시돼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진출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지난 6일 미국 CNBC에 출연해 암호화폐 ETF 승인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암호화폐 ETF를 승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사안들이 있다"면서 암호화폐 자산 수탁 서비스 등 안전한 자산운용 방안과 시장조작 우려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식이나 채권 시장은 엄격한 관리 감독을 통해 시장이 조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그렇지 못한 편"이라고도 했다.

SEC 임원들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과 고급 기술용어들을 써가며 열띤 토론을 벌인 것도 인상적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SEC 핀테크 포럼'에서다. 제니퍼 맥휴즈 SEC 투자관리팀 선임위원은 에이미 스틸 딜로이트 파트너와 암호화폐의 에어드롭(무상배분)과 포크(체인분리)가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엘리자베스 베어드 SEC 트레이딩마켓팀 차장도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아토믹 스왑(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기술적으로 서로 다른 코인을 교환하는 것)' 등의 용어를 거론하며 질문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EC는 계속 비트코인 ETF 신청을 반려하거나 연기하는 등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며 SEC 위원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게 확인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SEC가 암호화폐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력을 갖췄다고 해도 무조건 비트코인 ETF가 통과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주무부처 관료들이 암호화폐의 기술적 특성들까지 명확히 이해하고 합당한 규제를 모색할 여건이 마련된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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