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6국의 하나인 아라가야의 지배층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서 서기 400년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집·배·동물 모양 토기들이 발견됐다. 말이산 고분군은 지난해 무덤 한복판의 덮개돌에서 별자리를 표시한 125개의 성혈(星穴·구멍)들이 발견된 데 이어 다량의 상형(象形)토기들이 출토됨으로써 아라가야의 핵심 유적으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경남 함안 말이산 45호분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들.  
 ♣♣두류문화연구원 제공
경남 함안 말이산 45호분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들. ♣♣두류문화연구원 제공
함안군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두류문화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말이산 고분군 북쪽 지역의 45호분을 발굴조사한 결과 4세기 중·후반~5세기 초·중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상형토기와 말갑옷, 투구, 대도(大刀), 말 안장과 등자 등이 출토됐다고 28일 밝혔다.

집, 배, 동물, 등잔 모양 등 다양한 상형토기는 무덤에 묻힌 피장자의 머리 위쪽에서 발견됐다. 집모양 토기는 맞배지붕의 고상식(高床式·마루를 높게 쌓은 형태)으로, 바닥에 기둥 9개를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으며 파손 없이 온전하게 출토됐다. 기둥과 대들보, 대공, 서까래, 지붕마감재 등의 주요 부재들이 정확하게 표현돼 있다.

배모양 토기는 통나무배에서 복잡한 구조선(構造船)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인 유선형의 준구조선(準構造船) 형태다. 배의 앞쪽 이물부와 뒤쪽 고물부를 높게 올리고 판재를 댔으며, 양옆에 5개씩의 노걸이가 있다. 연구원은 “배의 고물부가 뚫려 있는 것으로 봐 잔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배 모양 토기의 상당수가 아라가야계 토기임에 비춰 아라가야의 중심 고분인 말이산 고분군에서 확인된 배모양 토기는 매우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동물모양 뿔잔은 불꽃무늬 구멍을 낸 굽다리에 타원형의 몸체와 아래로 처진 꼬리를 붙인 뒤 U자 모양의 뿔잔을 올린 것으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연구원은 “무덤의 규모와 출토 유물 등으로 볼 때 말이산 45호분은 목곽묘에서 석곽묘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피장자는 말이산 고분군을 만든 집단의 최상위 계층 인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집모양 토기와 배모양 토기는 아라가야 사람들의 뛰어난 건축 및 조선술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