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진은 네모난 2차원의 평면이어서 한 방향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구(球)는 다르다. 어떤 위치에서도 볼 수 있고 그 위의 한 점에서 출발하면 무한히 어디론가 이동할 수 있다. 구체의 특성에 매료된 할프헤르는 1990년대부터 이런 작품을 만들어왔다.
작가는 평면을 구체로 만들기 위해 피사체를 파노라마 방식으로 360도 촬영한 뒤 이 사진들을 정교하게 잘라서 구체에 붙였다. 그렇게 하니, 평범한 피사체가, 우주의 행성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예술행위는 이렇게 작가의 상상력으로 대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갤러리나우 28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