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등급이 3등급으로 하락
등급 떨어져도 전기료는 그대로
"내년 1등급 출시…판매가 오를 듯"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을 구입할 때 에너지효율 확인은 필수다. 그런데 올해 출시된 에어컨 가운데 3등급 이상은 한 대도 없다. 에너지 절감효과가 뛰어나다는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역시 3등급이다. 어떻게 된 상황일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100여 종의 에어컨 가운데 1등급 에어컨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에어컨이 3등급으로 전체 에어컨의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를 4등급과 5등급이 채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냉난방기에 대한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등급 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올리면서 기존 1등급 에어컨이 3~4등급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1등급이었던 삼성 무풍에어컨, LG 휘센 씽큐 에어컨 등이 모두 3등급이 됐다. 대유위니아, 캐리어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등급이 떨어졌다고 에어컨 전기요금이 더 나오는 건 아니다. 업체들의 에너지 절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 사용량은 매년 10~20% 씩 줄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1등급 에어컨보다 올해 나온 3등급 에어컨의 전기 사용량이 더 적다.
업체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에너지 등급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걸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1등급 에어컨'이란 이유만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중견 업체들은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정부 개정안에 적합한 1등급 에어컨을 내놓자니 단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 에어컨 신제품부터 1등급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가가 최소 30% 가량 비싸질 것으로 보여 2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에어컨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에어컨 구매 패턴이 벽걸이·스탠드형 단독에서 '2 in 1 멀티에어컨'으로 옮겨가는 만큼 1등급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에어컨 트렌드가 '자연스러운 바람, 강력한 공기청정'로 넘어간 만큼 에너지효율보다 공기청정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높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1등급이었던 에어컨이 올해 3~4등급으로 나눠졌다"며 "조만간 1등급 에어컨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단가가 최소 20~30% 오르는 만큼 판매가격도 그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