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약자와 함께 누리는 관광도시 서울
2016년 서울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민 4명 중 1명(22.4%)은 일상생활에 이동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다. 생활관광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교통약자는 곧 관광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양무승 서울시 관광명예시장과 함께 장애인 관광을 직접 체험했다. 체험은 휠체어를 타거나 안대를 사용해 김포공항 입국장에서부터 광화문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해 경복궁을 관람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30년 넘게 관광업계에 종사했지만, 이날 체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우선 보조인 없이는 짧은 거리도 이동이 불가능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바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공사 중이어서 계단 옆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휠체어를 타고 바라본 계단은 그야말로 까마득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4분 넘게 걸려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개찰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경복궁에 들어가니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모두 장애물로 다가왔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턱이 너무 높아 다니기가 힘들었고, 돌부리에 휠체어가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특히 경복궁의 가장 큰 볼거리인 근정전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어 빙 돌아 나와야 했다. 평생 관광사업을 해온 양 명예시장은 “관광 편의시설이 철저히 비장애인 관점에서 조성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물론 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경복궁을 힘겹게 다녀온 후 장애인 관련 단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오랜 시간 관광약자로 살아온 그들의 삶에서 나온 경험담은 잔잔하지만 무겁게 다가왔다. 당장 명함부터 점자가 새겨진 것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은 물론 관광지, 음식점 등을 관광약자에게 맞는 범용디자인(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바꿔 나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2023년 5000만 명이 찾는 세계 관광도시를 목표로 ‘2019~2023 서울 관광 중기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유니버설 관광환경 조성 사업에 총 1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고령 인구가 늘어나며 관광약자는 증가 추세에 있으며,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약자 관광객도 불어나고 있다. 2014년 131만 명이던 61세 이상 방한 관광객 수는 2016년 178만 명까지 증가했으며, 무장애 관광인프라 구축 시 재방문율이 80% 이상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보면 유니버설 관광은 시민 모두의 행복 증진은 물론 서울의 관광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관광재단은 그동안 ‘즐거움, 행복, 설렘’이라는 관광 본연의 가치에 공존 가치를 더해 개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관광의 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올해는 관광약자를 포함한 시민 모두가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유니버설 관광환경 조성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4월 30일에는 무장애 관광지원센터인 ‘서울다누림관광센터’를 정식 개관했다. 휠체어 리프트 버스를 활용한 시티투어, 차량 대여 사업은 물론 관광시설 개선 및 인증제 운영, 홈페이지를 통한 관광정보 제공, 전문인력 양성 및 사회적 인식 개선 교육 등 다방면의 사업이 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센터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며, 누구나 찾기 쉽고 즐길 수 있는 관광도시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 데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