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加 "쿠바투자 외국기업, 美법원에서 재판하는 건 국제법 위배"

유럽연합(EU)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투자한 EU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보복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쿠바 당국에 의해 몰수된 재산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하는 길을 여는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지난 1996년 3월 발효한 '헬름스 버튼법'의 제3부에선 1960년대 초 쿠바에 의해 몰수당한 재산을 거래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미국 법원에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이 아닌 기업이 쿠바와 거래하는 것을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전 세계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EU는 지난 1996년 11월 이 법 내용이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1997년 4월 그 절차가 정지됐으며 1998년 5월 미국과 EU 간에 EU 기업과 시민에 대해선 이 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양해가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다시 이 법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한에서 모게리니 대표와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유럽 기업과 시민에 대해선 '헬름스 버튼법' 제3부의 적용을 면제하기로 한 지난 1998년 이뤄진 미국과 EU 간 양해를 계속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AFP는 전했다.

또 두 사람은 서한에서 "이것(양해 이행)이 실패하면, EU는 다른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을 포함해 EU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와 관련해 미국 법원에 어떤 소송이 제기되면 유럽 기업이 이에 대항해 유럽법원에서 맞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EU는 17일 미국 행정부가 이날 쿠바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자 공동 성명을 내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모게리니 외교·안보대표와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EU와 캐나다는 쿠바와 관련된 조치를 (미국 정부가) 영토 밖에서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EU "美, 쿠바 투자 EU 기업에 제재 가하면 보복할 것" 경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