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케팅으로 돈 벌려는 건 下手, 고객문제 해결하면 高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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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다
세스 고딘 지음 / 김태훈 옮김
쌤앤파커스 / 368쪽 / 1만8000원
세스 고딘 지음 / 김태훈 옮김
쌤앤파커스 / 368쪽 / 1만8000원
비전스프링(VisionSpring)은 돋보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돋보기를 대량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마진은 개당 1달러 정도. 인건비 유통비 등을 감당하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팔아야 한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도 매대를 펼쳤다. 판매자는 모여든 동네 사람들에게 샘플 안경을 써보게 했다. 그 후엔 거울과 함께 10가지 종류의 안경을 보여주고 고를 수 있게 했다. 몰려든 사람 중 3분의 1 정도가 안경을 구매했다. 관심을 보인 사람의 대부분은 안경을 쓸 나이였고 셔츠 앞 호주머니에 돈을 갖고 있었다.
필요한 물건이고 살 돈이 있음에도 절반 이상은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대응해 판매 과정 중 한 부분에 변화를 줬다. 그러자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 조치는 간단했다. 매대에 늘어놓은 안경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 대신 샘플 안경을 써보게 한 뒤 바로 구매 결정을 하도록 했다.
‘마케팅의 구루’로 불리는 세스 고딘의 선택이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 이후 10년 만에 출간한 《마케팅이다》에서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라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마케팅은 ‘물건을 많이 파는 방법’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행위’다. 변화의 기반은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인도 마을에서 비전스프링의 돋보기를 구경한 사람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몰랐다. 새로운 물건을 살펴보고 고르는 행위엔 시간과 돈이 든다. 그들의 구매를 망설이게 한 것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협’이었다. 고딘은 매대를 치워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골라 보세요”가 아니라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주세요”라고 말을 건넨 셈이다. 저자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다음엔 변화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을 찾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강조한다.
고딘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뒤엎는다. 무엇보다 ‘마케팅=광고’라는 안일한 인식에 메스를 댄다. 광고는 물건을 많이 파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다. 돈을 들이면 광고를 할 수 있었고 광고가 나가면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저자는 “더 이상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단언한다. 노인에게 알 수 없는 물건들을 파는 것, 개인정보를 빼내 연락하는 것, 상품 리뷰를 가짜로 써서 올리는 것도 마케팅이 아니다.
고딘에 따르면 진정한 마케팅은 하나의 질문으로 통한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다. 브랜드 영향력을 높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마케팅은 아니다. 고딘은 “고객의 세계관과 욕망을 이해하고 공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며 “신뢰하는 고객에게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가는 수단을 제공하는 게 유능한 마케터라는 설명이다.
짧은 문장으로 연결돼 빠른 호흡으로 읽어갈 수 있는 그의 글은 마치 마케팅을 정의하는 명언 모음집 같기도 하다. 마케팅은 ‘시장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시장을 이끌어가는 문제’라거나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용해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을 이용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평범한 물건을 팔기 위해 돈을 들여서 그들의 주의를 끄는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표현도 와닿는다. 중간중간 ‘케이스 스터디’라는 코너를 통해 비전스프링 같은 회사들의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요소와 전략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 있다. 거리 곳곳뿐 아니라 휴대폰과 컴퓨터 화면 속에도 가득하다. 잠재적 고객들은 이를 ‘귀찮은 소음’ 정도로 여기고 마케터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하는 회의에 빠진다. 책은 마케팅의 ‘방식’이 아니라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미 나와 있는 많은 마케팅 책과 차별화된다.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영업과 전략까지, 업무에 관계없이 발상의 전환과 신선한 시각이 절실한 이들에게 유익할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필요한 물건이고 살 돈이 있음에도 절반 이상은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대응해 판매 과정 중 한 부분에 변화를 줬다. 그러자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 조치는 간단했다. 매대에 늘어놓은 안경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 대신 샘플 안경을 써보게 한 뒤 바로 구매 결정을 하도록 했다.
‘마케팅의 구루’로 불리는 세스 고딘의 선택이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 이후 10년 만에 출간한 《마케팅이다》에서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라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마케팅은 ‘물건을 많이 파는 방법’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행위’다. 변화의 기반은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인도 마을에서 비전스프링의 돋보기를 구경한 사람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몰랐다. 새로운 물건을 살펴보고 고르는 행위엔 시간과 돈이 든다. 그들의 구매를 망설이게 한 것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협’이었다. 고딘은 매대를 치워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골라 보세요”가 아니라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주세요”라고 말을 건넨 셈이다. 저자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다음엔 변화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을 찾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강조한다.
고딘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뒤엎는다. 무엇보다 ‘마케팅=광고’라는 안일한 인식에 메스를 댄다. 광고는 물건을 많이 파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다. 돈을 들이면 광고를 할 수 있었고 광고가 나가면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저자는 “더 이상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단언한다. 노인에게 알 수 없는 물건들을 파는 것, 개인정보를 빼내 연락하는 것, 상품 리뷰를 가짜로 써서 올리는 것도 마케팅이 아니다.
고딘에 따르면 진정한 마케팅은 하나의 질문으로 통한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다. 브랜드 영향력을 높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마케팅은 아니다. 고딘은 “고객의 세계관과 욕망을 이해하고 공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며 “신뢰하는 고객에게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가는 수단을 제공하는 게 유능한 마케터라는 설명이다.
짧은 문장으로 연결돼 빠른 호흡으로 읽어갈 수 있는 그의 글은 마치 마케팅을 정의하는 명언 모음집 같기도 하다. 마케팅은 ‘시장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시장을 이끌어가는 문제’라거나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용해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을 이용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평범한 물건을 팔기 위해 돈을 들여서 그들의 주의를 끄는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표현도 와닿는다. 중간중간 ‘케이스 스터디’라는 코너를 통해 비전스프링 같은 회사들의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요소와 전략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 있다. 거리 곳곳뿐 아니라 휴대폰과 컴퓨터 화면 속에도 가득하다. 잠재적 고객들은 이를 ‘귀찮은 소음’ 정도로 여기고 마케터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하는 회의에 빠진다. 책은 마케팅의 ‘방식’이 아니라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미 나와 있는 많은 마케팅 책과 차별화된다.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영업과 전략까지, 업무에 관계없이 발상의 전환과 신선한 시각이 절실한 이들에게 유익할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