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노딜`도 감내…브렉시트 운명은 영국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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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회원국 탈퇴라는 `불명예`를 앞둔 유럽연합(EU)은 영국에 더는 끌려다닐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운명은 영국의 손에 달려 있다며 영국이 원하는 것을 결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EU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도 감내하겠다고 영국에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국에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9일 영국 하원에서 영국의 EU 탈퇴 협정에 대한 투표가 세 번째 부결되자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대변인은 "오는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것 같다"면서 영국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영국과 협상을 벌여온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도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EU는 또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해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못 박았다.
집행위 대변인은 "EU는 4월 12일 자정에 `노 딜` 상황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완전히 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미 지난 25일 노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에 대비해 13개 영역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노 딜은 우리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EU 27개 회원국은 (노 딜에 대해) 준비돼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브렉시트 합의문은 균형을 맞춘 타협"이라며 "EU는 이를 재협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거듭 쐐기를 박았다.
현재로선 브렉시트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EU의 추가 양보는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처럼 EU가 영국에 탈퇴를 만류하거나, 노딜 브렉시트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브렉시트 도미노`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글로벌 강자에 맞서기 위해 지난 60여년간 `통합 유럽의 꿈`을 키워온 EU에게 브렉시트는 적잖은 타격이라는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EU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이어 자신들을 `G3`라고 내세워왔다.
하지만 영국 없는 EU가 현실이 되면 이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공허한 자기주장`에 불과하게 된다.
영국이 나가면 EU는 인구의 12.9%, 국내총생산(GDP)의 15.2%(2017년 기준)를 잃게 된다.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이고,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EU의 외교력과 국방력의 손실은 더 치명적이다.
더욱이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EU와 영국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험성은 현재 단순히 숫자로 가늠해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명약관화다.
그런데도 브렉시트에 직면한 EU가 영국에 저자세로 대응할 경우 자칫 EU의 원심력이 커져 제2, 제3의 브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아울러 그동안 몸집만 키워온 EU에게 브렉시트라는 엄청난 충격이 `보약`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EU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EU 내 휴대전화 로밍 비용 폐지와 같은 여러 조치를 통해 회원국 국민에게 `통합 유럽의 이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오히려 브렉시트 결정 이후 EU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지지도는 높아졌고, 난민 문제처럼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회원국 간 결속도 더 강화됐다.
그 덕분에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국론이 사분오열돼 여론의 화력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국과 달리 EU의 27개국은 단일대오로 협상에 임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만 해도 협상에서 EU가 칼날을 쥔 형세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막상 협상이 진행되면서 시종 EU가 칼자루를 쥐고 협상을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면서도 EU는 영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더라도 양측은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EU는 총체적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 브렉시트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은 영국에 있다며 해답을 영국에 제시하고 이를 따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영국의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이미 지난 21, 22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에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우선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차기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오는 5월 22일 영국이 합의문에 따라 질서 있게 탈퇴하도록 합의했다.
대신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부결하면 영국에 브렉시트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즉 유럽의회 선거일정을 고려해 4월 12일 이전에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하면 브렉시트를 5월 23일 이후 더 오랜 기간 연기하고, 유럽의회 선거 불참을 결정하면 노딜 브렉시트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4월 12일이 다가오면서 EU의 시선은 브렉시트의 운명을 결정할 런던으로 더욱 쏠리고 있다.
EU는 브렉시트의 중대 변곡점이 될 4월 12일에 앞서 오는 4월 10일 정상회의를 다시 열어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운명은 영국의 손에 달려 있다며 영국이 원하는 것을 결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EU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도 감내하겠다고 영국에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국에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9일 영국 하원에서 영국의 EU 탈퇴 협정에 대한 투표가 세 번째 부결되자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대변인은 "오는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것 같다"면서 영국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영국과 협상을 벌여온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도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EU는 또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해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못 박았다.
집행위 대변인은 "EU는 4월 12일 자정에 `노 딜` 상황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완전히 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미 지난 25일 노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에 대비해 13개 영역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노 딜은 우리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EU 27개 회원국은 (노 딜에 대해) 준비돼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브렉시트 합의문은 균형을 맞춘 타협"이라며 "EU는 이를 재협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거듭 쐐기를 박았다.
현재로선 브렉시트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EU의 추가 양보는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처럼 EU가 영국에 탈퇴를 만류하거나, 노딜 브렉시트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브렉시트 도미노`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글로벌 강자에 맞서기 위해 지난 60여년간 `통합 유럽의 꿈`을 키워온 EU에게 브렉시트는 적잖은 타격이라는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EU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이어 자신들을 `G3`라고 내세워왔다.
하지만 영국 없는 EU가 현실이 되면 이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공허한 자기주장`에 불과하게 된다.
영국이 나가면 EU는 인구의 12.9%, 국내총생산(GDP)의 15.2%(2017년 기준)를 잃게 된다.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이고,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EU의 외교력과 국방력의 손실은 더 치명적이다.
더욱이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EU와 영국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험성은 현재 단순히 숫자로 가늠해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명약관화다.
그런데도 브렉시트에 직면한 EU가 영국에 저자세로 대응할 경우 자칫 EU의 원심력이 커져 제2, 제3의 브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아울러 그동안 몸집만 키워온 EU에게 브렉시트라는 엄청난 충격이 `보약`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EU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EU 내 휴대전화 로밍 비용 폐지와 같은 여러 조치를 통해 회원국 국민에게 `통합 유럽의 이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오히려 브렉시트 결정 이후 EU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지지도는 높아졌고, 난민 문제처럼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회원국 간 결속도 더 강화됐다.
그 덕분에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국론이 사분오열돼 여론의 화력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국과 달리 EU의 27개국은 단일대오로 협상에 임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만 해도 협상에서 EU가 칼날을 쥔 형세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막상 협상이 진행되면서 시종 EU가 칼자루를 쥐고 협상을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면서도 EU는 영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더라도 양측은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EU는 총체적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 브렉시트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은 영국에 있다며 해답을 영국에 제시하고 이를 따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영국의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이미 지난 21, 22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에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우선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차기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오는 5월 22일 영국이 합의문에 따라 질서 있게 탈퇴하도록 합의했다.
대신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부결하면 영국에 브렉시트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즉 유럽의회 선거일정을 고려해 4월 12일 이전에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하면 브렉시트를 5월 23일 이후 더 오랜 기간 연기하고, 유럽의회 선거 불참을 결정하면 노딜 브렉시트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4월 12일이 다가오면서 EU의 시선은 브렉시트의 운명을 결정할 런던으로 더욱 쏠리고 있다.
EU는 브렉시트의 중대 변곡점이 될 4월 12일에 앞서 오는 4월 10일 정상회의를 다시 열어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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