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등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5일 우리금융지주 5000주를 사들였다. 손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다섯 번째다. 그는 2~3개월에 한 번씩 5000주씩 사들였다. 우리금융지주 신규 상장일이던 지난달 13일에도 5000주를 매입했다. 1년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돈만 3억7000만원에 이른다. 금융계는 손 회장의 연봉이 10억원을 약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1년간 연봉의 3분의 1, 세후 연봉의 절반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4만8127주로 늘어났다. CEO에 선임되기 전 갖고 있던 우리사주 2만3127주를 더해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체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다 그룹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 행장도 행장 취임 다음날인 지난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취임 직후 책임경영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와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아울러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하나금융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앞서 허인 국민은행장도 지난 12일 시장에서 KB금융지주 3062주를 사들였다. 허 행장이 보유한 총 주식 수는 5062주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규모는 5만2600주에 달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015년 회장 취임 이후 1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보유 주식 수는 2만1000주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자사주 1만56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