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손해보는 거대양당…"처리 강행" vs '결사 반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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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패스트트랙' 셈법 다른 여야 5당
민주당, 정국 주도권잡기
대응책 부심하는 한국당
야3당은 '생존전략'
민주당, 정국 주도권잡기
대응책 부심하는 한국당
야3당은 '생존전략'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본회의 상정은 330일 뒤인 내년 2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럼에도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렬하게 격돌하는 것은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선거법 개정안, 민주·한국당은 ‘손해’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핵심은 현재 253석인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47석인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75석인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 득표율의 50%를 반영해 배정한다. 바른미래당이 내년 총선에서 10%의 정당 득표율을 얻으면 일단 300석의 10%인 30석의 절반인 15석을 우선 배정한다. 지역구에서 5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10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처럼 지역구에서 강세인 정당에는 절대 불리한 제도다. 현재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의석수가 128석인 민주당, 112석인 한국당은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35%를 얻더라도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못 건진다. 35%(115석)의 절반인 57석을 비례대표로 할당받는데 지역구 의석이 이를 초과하기 때문에 ‘해당 사항 없음’이 된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제3 야당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 최소한의 ‘보험’인 셈이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존립마저 위태로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 여론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손대지 않으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면 거대 양당이 무조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선거제도 개정의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야 3당의 총선 생존전략 일환
민주당이 의석수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야 3당과 선거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입법 과제 처리와 정국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선거법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못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함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불씨를 살려가겠다는 계산이다.
선거법을 고리로 앞으로 야 3당과의 입법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내포하고 있다. 지역구 감축이 예상되는 호남의 현역 의원이 단 2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반발이 작은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은 “야 3당을 끌어안으면서 대표 개혁 입법 과제인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법안을 내년 총선 직전 이슈화하겠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현 다당 체제 유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유승민 의원 등 옛 바른정당 출신들이 한국당으로의 귀환을 염두에 두고 패스트트랙 지정에 부정적이라는 점이 변수다.
의석수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높은 정의당은 다음 총선에서 의석 확대를 위해 선거법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남이 지역 기반인 평화당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싸움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비례대표 의석 쪽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준연동형이 도입되면 지역구는 민주당이나 한국당을 찍더라도 비례대표는 제3 정당에 주는 ‘전략투표’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야 3당이 현재의 지지율보다 총선 전국투표가 더 높을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결사저지’ 속 대응전략 부심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