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월부터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RBA)' 산하 '책임광물규제 인증 이니셔티브(RMI)'의 블록체인 가이드라인 작성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광물이란 "인권과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광물"을 뜻한다.
RBA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아마존 IBM 인텔 등 36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견 애플은 단지 회원사 중 하나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정도로 보이지만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삼성이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정황이 포착된 만큼 애플도 여기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유럽 특허청에 블록체인 키스토어·키박스코어 등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달 13일에는 삼성SDS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가속 기술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삼성이 폴더블(접이식)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기술 격차를 벌리기 시작하자 타이밍을 놓친 애플이 부랴부랴 삼성의 행보를 뒤따라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세계에 수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애플이지만 하드웨어 경쟁에선 다소 밀리는 만큼 블록체인 등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공개할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S10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에 암호화폐 이더리움 지갑이 담긴 스파이샷도 유출된 바 있다. 라이벌 애플의 블록체인 사업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보이는 이유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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