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은 성추행 폭로는 진실"…최영미 시인 승소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58)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허위가 아니라고 15일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이날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진성 시인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고발하고, 방송 뉴스에 직접 출연해 피해사실을 폭로하자 의혹을 부인하며 1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인들의 진술,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최영미 시인이 "1994년 한 주점에서 고은 시인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폭로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문단 내 지위와 폭로 후 불이익 등이 두려워 알리기를 주저하다가, 다수의 목격담이 나오고 기사화가 이뤄졌음에도 원고가 별다른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진성 시인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동석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진성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고 진술서만 제출했는데, 당시 동석한 여성을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 사정을 종합하면 이 주장이 허위라고 하는 원고 측의 주장은 수긍할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 시인과 박 시인이 주장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저명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인 원고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관심사로 공공 이해에 관한 사안"이라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고 후 최영미 시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고은 시인 명예회복 대책위`는 "법원이 일방적으로 최영미의 편을 들어 판결했다"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다.

법원 고은 성추행 판결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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