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4년 만에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하락은 소비자들에겐 청신호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수요가 부진하고 경기 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작년 한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5%로 G7 평균치인 2.1%보다 0.6%포인트 낮았다.

저성장 상태에 진입해 물가가 안정된 G7 국가 평균치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G7 국가 중에선 일본(1.0%)과 이탈리아(1.1%) 2개국만 물가상승률이 한국보다 낮았다.

미국(2.4%), 영국(2.3%), 캐나다(2.3%), 독일(1.9%), 프랑스(1.9%)는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지난해 OECD 회원국의 평균 물가상승률도 2.6%로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목표(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현재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환율안정과 유가 하락,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부진이 낮은 물가상승률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그동안 한국은행과 정부가 추진해온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부양책이 수요 증가와 경기 활력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올해도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1.4%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0.1%포인트 낮고 작년 10월에 전망했던 올해 전망치보다도 0.3%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4%, 현대경제연구원은 1.7%로 각각 예상했다.
소비, 투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소비자와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어 올해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5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올랐으나 여전히 100을 밑돌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더 많았다.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1월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체에서는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BSI는 71인데 반해 내수기업은 65를 기록하며 내수 활력 저하 우려를 키웠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발표한 'KDI 경제 동향' 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해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선진국 평균을 밑돌았지만,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물가는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2.8% 상승했고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물가의 상승률은 2.3%로 작년 1.1%의 2배를 넘었다.

음식 및 숙박 물가도 3.0% 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있다"며 "생활필수품 물가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으면서도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