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1989년 1월 31일 국내 기업인 최초 방북…10년 뒤 관광 개시
"2차 북미정상회담 후 경협 재개 첫단추 금강산관광 유력"
'금강산관광 의정서' 체결 30년…현대그룹, 관광 재개 '고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금강산관광 조기 재개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31일로 '금강산관광 의정서' 체결 30주년을 맞는다.

특히 새해 들어 남북 정상이 한목소리로 경협의 간판격인 금강산관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터여서 당사자인 현대그룹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 채 '출발 신호'만 기다리는 분위기다.

30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지난 1989년 1월 24일 국내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한 뒤 같은 달 31일 북측 당국과 분단사에 한 획을 그은 '금강산관광 의정서'를 체결했다.

의정서에 포함된 '동부지구 군사분계선, 즉 남북 고성을 잇는 7번 국도를 이용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금강산을 왕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제5조 문구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됐다.

정 명예회장이 맺은 의정서는 우여곡절 끝에 9년 뒤인 1998년 두 차례의 '소떼 방북'에 이어 근 10년만인 같은 해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선의 강원도 동해안 출항으로 첫 결실을 봤다.

이후 아들인 정몽헌 회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북측과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북한 내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30년간 개발, 건설, 설계, 관리, 운영, 무역 등을 맡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 2003년 2월에는 첫 금강산 육로답사에 나서면서 금강산 의정서에 새겨진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금강산관광'을 사실상 실현시켰다.
'금강산관광 의정서' 체결 30년…현대그룹, 관광 재개 '고대'
정 회장으로부터 남북경협사업 재도약을 위한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현재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다.

지난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10년 이상 중단된 기간에도 현 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북측과 대화 채널을 이어갔고,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 기념행사도 개최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현대그룹은 다음달말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 협상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대북 제재의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조기 재개 관측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회견을 통해 "매우 환영한다"고 화답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이런 낙관론과 무관하게 '담담하게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데다 현대아산과 북측 당국간 협상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북핵 문제 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금강산관광 20주년 행사에서 "민족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금강산관광 의정서' 체결 30년…현대그룹, 관광 재개 '고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