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다고 하는 것은 변명일 뿐입니다."
'박항서 매직'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12년 만에 베트남을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올린 것도 모자라 '페어플레이 점수'를 앞세워 극적으로 조별리그까지 통과하더니 승부차기로 8강까지 오르면서 이번 대회 최고의 '언더독'으로 떠올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고 8강행 티켓을 품에 안았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라며 승리를 선수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우리가 수비 축구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축구를 한다"라며 "그것이 수비 축구라고 지적했지만 인정할 수 없다. 실리 축구라고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 일문일답.
-- 승리한 소감은.
▲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어제 '폭스스포츠' 기사를 보니 베트남이 수비 축구를 한다고 혹평을 했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축구를 한다. 그것을 수비 축구라고 지적을 했지만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실리 축구'를 한다. 앞으로 수비 축구라고 하지 말고 실리 축구라고 불러달라.
-- 일본-사우디아라비아 16강 승자와 8강에서 대결한다. 어느 팀이 더 편한가.
▲ 쉬운 팀은 없다. 16강에 올라온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 선수들이 혼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다.
▲ 베트남 선수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선수들 모두 하나의 팀으로서 항상 '나의 팀'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선수들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
▲ 베트남 대표팀의 결과에 팬들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성공에 대한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이 함께 일궈낸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서 그런 별명을 붙여줬지만 절대로 나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다가 2연패를 당하니까 베트남에서도 비판적인 기사도 나온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결과에 대한 반응은 다 똑같다. (웃음)
-- 승부차기 전술은 어떻게 수립했나.
▲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내고 훈련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다.나름대로 승부차기의 기준이 있다. 대부분 코치에게 맡기지만 이번에는 내가 리스트까지 작성한 뒤 최종적으로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 사실 이번에 실축한 선수가 킥도 좋고 연습 때도 잘 찼는데 긴장 때문인지 실수를 했다.
-- 승부차기 승리는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있는데.
▲ 행운이라는 것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일을 잘 해낼 때 나오는 결과다. 오늘 결과도 100% 운만 따른 게 아니다. 선수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