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회백질(Gray matter) 위축증이 치매 발병 위험과 연관돼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높고 허리둘레 비만이 심할수록 뇌 회백질의 부피가 작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 연구팀이 9일(현지시간)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한 내용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연구팀은 중년 영국인 9천652명을 대상으로 BMI와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WHR)을 측정했다.

BMI는 신장과 비교한 체중의 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통 18.5∼24.9 범위면 `건강`,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허리·엉덩이 비율에선 남성 0.90, 여성 0.85 초과면 높다고 하는데 내장비만을 의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MRI로 뇌 체적을 쟀고, 뇌 축소를 초래할 수 있는 연령, 신체적 활동성, 흡연, 고혈압 등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때 전체 대상자의 약 5분의 1이 비만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천291명이 BMI 30 이상이었다.

또한 허리·엉덩이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의 뇌 회백질 체적이 786㎤로 전체 그룹에서 가장 작았다.

BMI가 30 이상이나 내장 비만이 없는 514명의 뇌 회백질 체적은 평균 793㎤였다. 전반적으로 건강한 수준인 3천25명의 뇌 회백질 부피(평균 798㎤)보다 작은 것이지만 그 차이는 약 0.6%에 그쳤다.

보고서 저자이자 이 대학 운동의학(Exercise as Medicine) 학과장인 마크 해머 박사는 "허리둘레 지방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뇌 부피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비만과 연관된 뇌 백질(white matter) 체적의 차이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뇌의 신경세포는 대부분 회백질에 있고 백질은 뇌의 여러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 구성된다.

하지만 과도한 체중은 특정한 뇌 부위의 축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창백핵(pallidum), 측좌핵(nucleus accumbens), 조가비핵(putamen), 미상핵(caudate) 등이 그런 부위인데 모두 동기부여와 보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과 뇌 체적 축소가 어떻게 맞물려 일어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해머 박사는 "뇌 구조의 이상이 비만을 초래하는지, 아니면 비만이 이런 뇌의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스탠퍼드대 의대의 정신의학·행동과학과 조교수인 카라 보헌 박사는 "거의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강점"이라면서 "종전에도 비슷한 연구는 있었지만 참여자 수가 너무 적어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내장 비만의 지표인 허리·엉덩이 비율이 높을수록 뇌 회백질 부피가 더 많이 줄었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감염, 영양, 혈관 건강 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만 심할수록 뇌 회백질 부피 작아진다"
(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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