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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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8일 벌였던 총파업을 풀고 9일 업무에 복귀했다. 창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며 소비자 불편은 해소됐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전환자(L0 직급)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추가 총파업을 예고하자 국민은행 내부에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L0 직급에 정규직 전환 전 경력을 최대 10년까지 인정하자고 주장하지만, 대졸 중심의 대리급(L1)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금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L0 처우 개선

은행 정규직화의 그늘…처우 놓고 '勞勞갈등'
국민은행에서 L0 직급은 2014년 1월 창구·사무직을 보던 4200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만들어졌다. 국민은행 직원 직급체계는 L0-대리(L1)-과·차장(L2)-수석차장·팀장 및 부지점장(L3)-고참급 지점장(L4)으로 짜여 있다. 당시 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노조는 이번에 L0 직군의 경력 인정을 핵심 쟁점으로 들고나왔다. 노조는 경력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인정해 호봉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경력을 인정받으면 급여가 높아진다. 이에 L1~L2급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대리는 “L0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이미 5300만원 수준인데 노조 주장대로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되면 L1 직급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L0 직원이 많아진다”며 “치열한 공채 시험을 뚫고 은행에 취업했는데 시험도 치르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 불공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리급 직원은 “노동조합이 L0 노조원만 챙길 것이 아니라 L1~L2 직급 직원들의 마음도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은행 정규직화의 그늘…처우 놓고 '勞勞갈등'
국민은행 사측도 직원 간 형평성과 인건비 상승 우려로 노조의 L0 처우 개선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노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면 연 5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불씨 여전

다른 은행에서도 비정규직 전환자들은 노노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별도의 자격시험을 치르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직군에 소속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처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 왔다. 비정규직으로 2년 넘게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새로운 직군 또는 직급을 만들어 무기계약직을 흡수했다. 2006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우리은행은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2011~2013년 고객서비스(RS) 직군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와 달리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 출신은 기존직급인 행원B, 외환은행 출신은 6급에 편입시켰다.

우리은행에서 기존 정규직은 호봉제를 적용받지만, 비정규직 출신은 직군 전환을 하지 않으면 평가에 따라 매년 연봉을 결정한다. 신한은행은 RS직군 내 별도 직급체계(주임-선임-수석)를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에 대한 직급체계 통합 논의에서도 비정규직 전환자에게 어떤 직급을 주고 전환 전에 쌓은 경력을 얼마나 인정해줄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