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빛냈던 ‘올림픽 찬가’의 주인공 소프라노 황수미(33·사진)는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독일 본오페라하우스 소속 가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7월 독립했다.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케줄을 유연하게 짤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책임감이 무거워졌다”며 “안전한 둥지를 떠나 새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매우 떨리면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새 목표는 ‘이미지 깨기’다. 황수미는 “내 이미지는 겸손함, 성실함, 부드러움”이라며 “그런 이미지와 맞는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나 ‘카르멘’의 ‘미카엘라’를 주로 해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 스스로 배역을 짤 수 있으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나 ‘사랑의 묘약’에 등장하는 ‘아드리아나’처럼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난 톡톡 튀는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남미에서 주로 활동해온 황수미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국내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3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독일 보훔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남긴 명가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4월 서울시향과는 알반 베르크가 1905년에서 1908년 사이 작곡한 가곡 중 7개를 추린 ‘7개의 초기 가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황수미는 “여전히 독일에 살고 있어서 고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기쁜 일이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이 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섭외 연락이 많이 오는데 기회가 되면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주로 가곡을 불렀던 황수미는 처음으로 오페라 아리아로만 전 곡을 구성한 공연을 준비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 클라이맥스’다. 여기서 그는 고교 시절은 물론 대학 때까지 인연이 있던 바리톤 김주택, 테너 김승직과 함께 한국인이 사랑하는 모차르트와 도니체티 오페라 아리아를 부른다. 황수미는 “가곡을 부를 때마다 ‘가곡도 좋지만 아리아를 듣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좀 더 웅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독일 비스바덴국립극장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돈나안나’ 역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