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내를 뜨겁게 달궜던 가상화폐 시장이 사실상 연말까지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지난 1월 7일 2504만300원(빗썸 기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중 300만원 선까지 무너졌고,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량도 10분의 1까지 줄었다. 시장에서 "코인 인더스트리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일 거래액, 10조원에서 172억원으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30일 오후 5시부터 31일 오후 5시까지 24시간 동안 기록한 거래액은 172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 가상화폐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하루 10조원씩 기록했던 것을 비교하면 단 1년 여만에 빠르게 무너진 셈이다. 국내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빗썸의 경우에도 이날 거래액이 1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액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에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시장의 관심이 한풀 꺾인 영향도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 가격 자체가 떨어진 것도 크다. 시장에서 수 많은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지만 이중 대부분의 거래를 차지하는 것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가상화폐다.


이는 거래소 자체의 수익과도 연관이 있다. 거래소 상당수가 수수료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챙기고 있어서다. 따라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소가 챙길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올 초 호황기일 때만해도 직원이 없어서 뽑느라 고생이었는데, 이제는 직원을 어떻게 내보내야 할 지 몰라서 고생하고 있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거래소가 올해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외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 검찰이 최근 업비트 운영자들을 사기혐의로 기소하는 등 국내 수사조직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칼날을 들이대는 분위기가 일 년 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닉스의 경우 지난 10월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면서 폐업하기도 했다.


◆"ICO 대박은 옛말" 코인 개발팀 '울상'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코인 개발팀은 더 상황이 안 좋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가상화폐공개(ICO)는 일단 하기만 해도 '대박'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단 자금모집에 나서면 수 천억원 대는 쉽게 모을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ICO 자체가 너무 많아졌고, 백서에서 제시한 로드맵과 실제 프로젝트가 어긋나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ICO 자체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대체안으로 거래소공개(IEO)나 기관투자에 나서는 팀들도 적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가 위축돼있는 상황이라 자금 모집이 쉽지 않다.


선제적으로 ICO를 진행했던 국내 코인 개발팀도 울상이다. 지난 해 하반기 ICO를 진행했던 메디블록의 경우 수십~수백원 대에서 거래됐던 코인당 가격이 이날 기준 3원대로 떨어졌다. 일명 '현대코인'으로 불리는 HDAC도 38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역시 한 때는 개당 수 천원대를 기록했던 가상화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개발팀을 꾸리고도 자금 모집이 어려워 일 년 가까이 대기만 하고 있는 개발팀이 넘쳐나고 있다. 한 가상화폐 개발팀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올 상반기에 ICO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자금모집 문제도 있고 ICO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계속해서 프로젝트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