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 탄생
박 내정자는 KB금융그룹에서 화통한 성격과 꼼꼼한 업무관리로 무장한 여걸로 불린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체이슨맨해튼, 정몽준 의원실 비서관, 조흥은행, 삼성화재 등을 거치며 쌓은 국내외 인맥도 화려화다. 2004년 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리스크관리 및 자산관리(WM) 전문가로 고속 승진하며 ‘유리 천장’을 차례로 깨부셨다. 지난해 1월부터는 KB금융지주 총괄부사장, 국민은행 부행장, KB증권 부사장 등 3개 법인의 WM 사업 총괄 임원을 겸직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내정자는 “여자여서 못 한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여자들은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배짱이 약하다는 인식을 깰 수 있도록 계속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여풍의 주역들이 삭풍을 견디며 성장해왔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금융계에서 여성들은 찬밥 신세였다. 1976년에 들어서야 여성 직원은 입사할 때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각서가 은행에서 사라졌고, 이듬해 대졸신입 공채시험에서 남녀 구분이 사라졌다. 1978년 입행한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여성 최초로 은행장에 오르고 같은해 입행한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이 KB금융그
룹 최초의 여성 CEO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왕 부행장보는 신한은행 첫 여성 PB팀장이다. 강남PB센터에서 4명의 PB팀장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에게 신규 고객이 찾아오지 않았다. 남성 PB가 왠지 더 신뢰가 간다는 편견은 고액자산가들일 수록 더욱 심했다. 팀장 데뷔후 3년이 지난 2006년 그가 다루는 자산은 어지간한 지점의 운용 규모와 맞먹는 2000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50~60%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왕 부행장보는 “남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던 것이 좋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오로지 남자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편협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때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승부하면서 균형적인 감각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금융그룹들도 여성 리더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그룹 차원에서 여성리더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출범해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는데 대한 어려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경력단절 등을 문제로 보고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사내 연수나 특정 부서 전입 공모시 여성을 우대하고 있다. 조 부행장보는 “멘토링을 한 후배들이 또 멘토가 돼 후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