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남북한 관계 화해무드 등 정치적 움직임에 맞춰 내놓은 ‘KB북녘가족애(愛)신탁’이 흥행에 참패했다. 출시 직후 미국 정부가 국민은행 등 은행권에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하면서 마케팅 활동을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22일 선보인 ‘KB북녘가족애신탁’ 상품의 가입자가 출시 5개월간 단 한 명도 없다고 12일 밝혔다. 이 상품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이산가족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두면 은행이 이 자금을 가입자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20~26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맞춰 이 상품을 내놨다. 국민은행은 남북관계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이산가족 대상 신탁 상품이 흥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 상품에 대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9월 국민은행 등 7개 국내 은행과 콘퍼런스콜을 열어 대북제재 준수를 엄중히 권고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 재무부가 직접 경고에 나서자 은행권의 대북 경협 관련 논의가 얼어붙었다”며 “은행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북한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