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인연 - 이희중(1960~)
함께 보낸 시간들이 묶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묶입니다. 그리고 마음대로 자랍니다. 씨를 뿌리면 묶이듯이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마음이 쓰이죠. 추위의 문턱에서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식물들이 있어요. 지금쯤이면 촉촉 그림자를 어떻게 뚫고 나올까 생각하겠지요. 씨앗들은 서로 묶여 추위를 견딥니다. 땅을 만져 씨를 뿌리고 나면 자꾸 그 자리를 쳐다보게 되듯,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두면 자꾸 보고 싶어집니다. 걱정이 새끼를 치죠. 밥은 먹고 다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그렇게 우리의 겨울이 단단히 묶입니다. 오래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마음껏 묶여도 좋을 사람들과 12월을 보낼 겁니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