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간은 중국 편…美·中 패권전쟁, 결국 시진핑이 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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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긴다
정유신 지음 / 지식노마드 / 252쪽│1만5000원
현재는 美 우위 부정 못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 中 잠재력 커
미국의 영국 추월도 시장의 힘…2030년께 GDP 역전 전망
한국의 선택은 공격적 中 공략…기술 내주더라도 시장 얻어야
정유신 지음 / 지식노마드 / 252쪽│1만5000원
현재는 美 우위 부정 못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 中 잠재력 커
미국의 영국 추월도 시장의 힘…2030년께 GDP 역전 전망
한국의 선택은 공격적 中 공략…기술 내주더라도 시장 얻어야
확전 일로였던 미·중 무역전쟁이 ‘90일간의 휴전 선언’으로 숨고르기 중이다. 올 4월 ‘관세 폭탄’이라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시작한 1라운드는 미국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관세로 맞불 대응에 나선 중국의 경제지표가 미국에 비해 크게 흔들려서다. 주가지수는 떨어졌고 경제 성장은 주춤했다. 강경책으로 화를 자초한 중국이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내놓은 책은 《중국이 이긴다》다. 도발적인 제목이 곧 결론이다. 저자는 단기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공세를 견뎌낸다면 상황이 역전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중국의 승리를 예견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저자도 현재는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한다. 경제 규모뿐 아니라 군사력과 첨단기술, 문화와 정치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못 미친다. 하지만 ‘시장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과거 미국이 영국을 추월한 가장 큰 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었다”며 “중국은 자동차 로봇 반도체 등 다가올 미래 주력 산업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인구는 미국의 5배에 가깝다.
질적인 측면에서 잠재력도 크다. 중국은 ‘디지털 G1’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와 공유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이자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직접 경험한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중국의 현재를 그려 보인다. 중국 정보기술(IT)을 이끄는 ‘BAT맨’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강점뿐 아니라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중국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차량 공유 회사 디디추싱, 인공지능으로 맞춤 뉴스를 제공하는 진르터우탸오의 면면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현재의 역학 구도를 연장해서 단순하게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아니라 경제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고 구조적 변화에서 중국에 쫓기는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은 중국 편이다. 성장률 추세를 통한 양적 분석으로 저자는 미국 경기가 2019년 하반기 이후 하강을 시작하고 같은 시기 중국은 기업 구조조정 효과로 경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성장률과 물가, 환율 등을 감안해 중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는 2030년으로 제시한다. 중국은 코너에 몰렸을 때 내놓을 수 있는 ‘미국 국채 매각’이란 위협 카드도 쥐고 있다. 중국 생산 물량이 많은 애플 보잉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입을 타격과 악화된 유럽, 일본 등 우방국들과 미국의 관계도 변수로 꼽았다.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누가 이길까’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다. 한국은 관람객이 아니라 경기장에 올라 함께 경쟁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시장을 읽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 생태계는 미국과 중국의 공통분모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높은 창업 비용, 정책적으로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도 부족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국 자본을 유치해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한국의 화장품, 엔터테인먼트에서 기술 기업으로 중국의 관심은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투자는 시장 확장의 기회지만 기술 유출의 위험도 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을 빼앗길까 봐 우려하는 사이 더 중요한 시장을 빼앗긴다”며 “기술을 주고 시장을 얻되 더 혁신적인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간재를 공급하면서 중국의 수출에 휘둘리는 관계에서 벗어나 중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동반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의 방향성이 뚜렷하고 문장이 명료해 쉽게 다가온다. 각종 표와 다양한 그래프도 시장의 흐름과 중국 기업들의 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확연한 경기 둔화와 과다한 기업 부채 등 중국 경제의 뇌관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듯하다. 그럼에도 책은 ‘중국의 승리’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 방점을 찍고 있기에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이런 시점에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내놓은 책은 《중국이 이긴다》다. 도발적인 제목이 곧 결론이다. 저자는 단기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공세를 견뎌낸다면 상황이 역전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중국의 승리를 예견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저자도 현재는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한다. 경제 규모뿐 아니라 군사력과 첨단기술, 문화와 정치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못 미친다. 하지만 ‘시장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과거 미국이 영국을 추월한 가장 큰 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었다”며 “중국은 자동차 로봇 반도체 등 다가올 미래 주력 산업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인구는 미국의 5배에 가깝다.
질적인 측면에서 잠재력도 크다. 중국은 ‘디지털 G1’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와 공유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이자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직접 경험한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중국의 현재를 그려 보인다. 중국 정보기술(IT)을 이끄는 ‘BAT맨’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강점뿐 아니라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중국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차량 공유 회사 디디추싱, 인공지능으로 맞춤 뉴스를 제공하는 진르터우탸오의 면면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현재의 역학 구도를 연장해서 단순하게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아니라 경제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고 구조적 변화에서 중국에 쫓기는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은 중국 편이다. 성장률 추세를 통한 양적 분석으로 저자는 미국 경기가 2019년 하반기 이후 하강을 시작하고 같은 시기 중국은 기업 구조조정 효과로 경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성장률과 물가, 환율 등을 감안해 중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는 2030년으로 제시한다. 중국은 코너에 몰렸을 때 내놓을 수 있는 ‘미국 국채 매각’이란 위협 카드도 쥐고 있다. 중국 생산 물량이 많은 애플 보잉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입을 타격과 악화된 유럽, 일본 등 우방국들과 미국의 관계도 변수로 꼽았다.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누가 이길까’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다. 한국은 관람객이 아니라 경기장에 올라 함께 경쟁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시장을 읽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 생태계는 미국과 중국의 공통분모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높은 창업 비용, 정책적으로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도 부족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국 자본을 유치해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한국의 화장품, 엔터테인먼트에서 기술 기업으로 중국의 관심은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투자는 시장 확장의 기회지만 기술 유출의 위험도 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을 빼앗길까 봐 우려하는 사이 더 중요한 시장을 빼앗긴다”며 “기술을 주고 시장을 얻되 더 혁신적인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간재를 공급하면서 중국의 수출에 휘둘리는 관계에서 벗어나 중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동반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의 방향성이 뚜렷하고 문장이 명료해 쉽게 다가온다. 각종 표와 다양한 그래프도 시장의 흐름과 중국 기업들의 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확연한 경기 둔화와 과다한 기업 부채 등 중국 경제의 뇌관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듯하다. 그럼에도 책은 ‘중국의 승리’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 방점을 찍고 있기에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