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부시家와 깊은 교분…삼성·현대차·SK·한화·코오롱 등도 '친분'
'아버지 부시'로 불린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제41대)이 30일(현지시간) 별세하면서 국내 재계와의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데다 아들까지 대통령을 지낸 만큼 한국 재계에서도 '부시 집안'과 돈독한 친분을 가진 그룹 총수가 여럿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최근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가 확정되면 직간접 조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전 대통령 집안과 가까운 국내 그룹 총수로는 풍산 류진 회장이 가장 먼저 꼽힌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통'인 류 회장은 선친인 류찬우 회장이 방위산업을 통해 미국 군부 및 공화당 인사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부시가(家)와 잦은 교류를 가져왔다.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을 여러 차례 주선한 것은 물론 수시로 연락하면서 미국 방문 때는 골프 회동도 꾸준히 이어갔으며, 특히 류 회장의 부인이자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딸인 노혜경씨도 부인 바버라 여사와 친분이 있었다.

한미교류협회 초대 회장으로 미국 정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져온 한화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01년 '아들 부시'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부시 집안과 가깝다.

최근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한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과거 방미 때 부시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는가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이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부시 전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시 집안과 '연'을 맺었다.

이건희 회장은 텍사스 오스틴 공장 준공식 등을 계기로 부시 전 대통령과 몇차례 만나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으며, 특히 지난 1992년 2월에는 재임 중이던 부시 전 대통령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40분간 단독 면담하고 미국 내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11월 현대차 아산 공장을 직접 방문한 데 이어 2005년 6월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준공식에도 직접 참석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정 회장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SK그룹은 부시 집안과 대(代)를 이은 인연이 있다.

최태원 회장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한미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았는데, 모두 2대에 걸친 수상이었다.

이밖에 과거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도 부시 전 대통령과 여러차례 만났으며,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도 지난 1999년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의 만나는 등 인연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인연'이 있는 그룹에서는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직간접 조문 의사를 밝혔다.

아직 장례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터라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으나 직접 조문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조전을 발송하거나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바버라 부시 여사가 별세했을 때 직접 장례식에 참석했던 풍산 류진 회장은 이번에는 아직 조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 관계자는 "부시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회사 차원이 아니라 회장 개인과 관련된 일이며 아직 조문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 코오롱 등 주요 그룹 관계자도 "별세 소식이 오늘 전해졌기 때문에 당장 조문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조전을 발송하는 한편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문 방식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