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항공사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저비용 항공사가 추가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시장에서는 대형항공사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개, 저비용 항공사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소형항공운송사업자로 에어필립, 에어포항 등 2개, 화물 항공사로 에어인천 1개 등 총 11개 항공사가 있다.
여기에 최근 양양공항 기반의 '플라이강원', 청주 공항의 '에어로케이', 인천을 기점으로 하는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필립'이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중 몇 곳이 내년 중 면허를 취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저비용 항공사 6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항공산업에서 과도한 경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현재도 태부족인 저비용 항공사들의 안전 인프라다. 운항·정비 인프라 확대 없이 저비용 항공사 숫자만 늘어날 경우 안전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운항승무원 자격 기준의 경우 풀서비스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운항승무원 입사 시 비행 경력이 1000시간 이상인 반면 이스타항공, 티웨이 항공, 에어부산은 250시간으로 4분의 1 수준이며, 제주항공은 300시간이다.
모(母) 기업의 정비 지원을 받는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는 자체 정비 능력이 없어 나머지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우 중정비를 위해 몽골 등 해외를 찾는다.
조종사, 정비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항공사가 늘어날 경우 전체 항공사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의 경우 매년 300여 명, 부기장의 경우 400여 명이 필요하지만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경력은 매년 100여명, 국내 양성 민간 조종사는 연 350명 수준이다.
3개 항공사가 새로 진입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15대의 항공기가 투입된다. 그럴 경우 조종사만 50명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비 인력도 부족하다.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적 LCC 정비사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이스타항공 12.7명, 제주항공 11.9명, 에어인천 11.7명, 에어부산 8.9명, 진에어 7.1명, 에어서울 3.7명 등이다.
진에어의 경우 대한항공이 정비를 포괄 위탁하고 있어 실제 대당 정비 인력은 약 14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에도 2개 항공사가 국토교통부 권고 기준인 대당 12명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 양성을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만 늘어나게 될 경우 항공사간 '인력 빼가기'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체 항공 업계의 안전성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운항, 정비 등 안전 관련한 핵심적인 요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6개 저비용 항공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저비용 항공시장에 사업자를 또 늘리면 경쟁 증가로 인한 수익 감소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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