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오는 26일 국내 공개하는 올뉴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 (사진=인터넷 갈무리)
한국GM이 오는 26일 국내 공개하는 올뉴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 (사진=인터넷 갈무리)
뉴 말리부가 침체된 한국GM에 활력을 불어넣어줄까.

한국GM이 오는 26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중형 세단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한다. 이번에 나오는 신형 말리부는 한국GM이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분리한 뒤 선보이는 첫 번째 신차다.

한국GM은 그동안 통합 운영해오던 영업·마케팅 부서를 별도로 두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데일 셜리번 전 영업·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은퇴한 뒤 영업은 GM남미법인에서 온 시저 와타나베 톨레도 부사장이, 마케팅은 쌍용자동차에서 넘어온 신영식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이번 말리부는 한국GM이 군산공장 구조조정을 마친 조직으로 선보이는 '1호차'란 의미를 지닌다. 올 여름 판매를 시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는 북미에서 건너온 모델로 한국 사업장 성과와는 무관한 차다. 사실상 신형 말리부가 한국GM 정상화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말리부는 국내 쉐보레 라인업 중 경차 스파크에 이어 판매량이 두 번째로 많은 모델이다. 수익성만 보면 한국GM의 주력 세단 역할을 맡는다. 한국GM이 수년간 누적 적자 상태에 허덕이는 사이 수출 시장에선 소형SUV 트랙스가 효자 노릇을 해줬다. 반면 안방에선 스파크와 말리부가 큰 힘이 됐다.

전면 얼굴을 더 과감하게 바꾼 신형 말리부는 2016년4월 올 뉴 말리부 출시 이후 대략 2년7개월 만에 나온다. 당시 말리부는 영업일 4일간 6000대의 사전계약 실적을 올리는 등 쏘나타와 K5가 장악한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쉐보레는 매번 경쟁 업체보다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여론이 좋지 않았다. 말리부만큼은 달랐다. 1.5 터보 모델의 시작 가격을 2500만원 선에 제시해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

한국GM이 말리부에 거는 기대가 큰 배경도 이전 말리부의 활약 때문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말리부 발표회를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발표회 장소는 인제스피디움 서킷이다. 국산차 회사가 신차를 서킷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GM의 강점인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성능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다. 실제로 말리부 기존 고객의 70%는 1.5 터보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이번에도 시장의 관심은 가격이다. 이전 크루즈와 이쿼녹스의 가격 논란이 컸던 만큼 회사측에선 말리부 최종 가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관계자는 "다음주 신차를 공개하면서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가격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GM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글로벌GM이 기존법인을 2개로 쪼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만들어 노동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은 전날 GM의 핵심 임원 6명으로 신설법인 이사진 구성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사측의 중재 노력도 거부하고 법인분리 반대 투쟁을 4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2차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향후 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말리부의 신차 효과는 사라질 수 있다.

말리부를 조립하는 한국GM 부평2공장은 캡티바 단종으로 말리부 1개 차종에 의지하고 있다. 2교대로 운영하던 공장은 물량 감소에 1교대로 전환됐고 현재 가동률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법인분리 반대 시위는 신차 경쟁력만 저하시킬 뿐이다. 한국GM 정상화를 앞당기는 차종으로서 말리부의 흥행은 무척 중요하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