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소수 독점기업의 지배에 놓이고 가짜뉴스와 혐오가 난무하는 장으로 전락하자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가 인터넷 구하기에 나섰다.
인터넷의 바탕을 이루는 웹을 개발한 팀 버너스-리는 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에서 "우리는 온라인에서 우리의 권리와 자유가 위협받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며 인터넷이 인도주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웹 계약서 원칙'을 공개했다.
버너스-리는 "웹을 위한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며 "힘을 가진 주체들에게 명확하고 엄격한 책임을 지워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웹 대헌장(Magna Carta)'이라고 성격을 규정한 계약서에는 정부와 기업, 개인이 지켜야 할 원칙이 제시됐다. 우선 정부에는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보장하고 국민의 정보보호권을 존중하라는 원칙을 요구했다.
기업에는 비용적 측면에서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고객의 정보를 보호하고 공적 이익과 인도주의에 기여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웠다.
버너스-리가 세운 월드와이드웹재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계약서 원칙을 지키겠다고 서약한 기업과 정부는 페이스북과 구글, 프랑스 정부 등을 비롯해 60여 곳에 이른다.
페이스북은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미국 대선 때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를 빼돌린 정보유출 스캔들과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졌고, 구글은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반발을 사고 있다.
버너스-리는 지난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은 권력이 너무나 커서 경쟁 업체들이 이들의 영향력을 줄이지 못한다면 분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올해 초 중앙 집중형 웹을 해체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스타트업 인럽트(Inrupt)를 출범시킨 바 있다.
월드와이드웹재단은 새로운 인터넷 계약서는 원칙만 제시된 상태로, 정부나 기업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망 중립성' 이행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