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명확한 법 없어 시장 참여자 혼란
美·日처럼 뚜렷한 지침 마련 필요
금융서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
의료·전자정보 등으로 영역 확장
소비자들 체감 서비스 많아져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3일 개막한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서 우태희 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은 블록체인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봤다. ‘블록체인: 이상에서 현실로’를 주제로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사업체 등의 다양한 관계자가 참석해 블록체인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생태계 조성 위한 법체계 시급”
이날 전문가 대다수는 블록체인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면서도 국내에선 관련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혜훈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블록체인, 가상화폐와 관련해 뚜렷한 법 체계가 없다 보니 많은 시장 참여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뚜렷한 지침을 낸 나라를 참고해 규제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시장이 열린 상황에서 벤처캐피털(VC)들이 자유롭게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블록체인 시장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의 등장이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정희 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은 “블록체인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산업 전반적으로도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보다 현실적인 사업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없지 않았다. 우태희 위원장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등장해야 한다”며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이 기술만 믿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모델을 내놓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업의 생존확률이 8% 수준으로 다른 벤처기업(25%)보다 낮은 것도 이 같은 고민의 부재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거래 지침 마련해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거래와 유통에 대해서도 의견이 쏟아졌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감안해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보다 성숙한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위원장은 “가상화폐 발행·교환·매매를 어떤 식으로 하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정부와 민간 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가상화폐거래소의 경우 일반 기업처럼 순자산 규모를 지정하고 지배구조를 공개하는 등의 지침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기업공개(IPO) 기준을 참고해 가상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상화폐 투자업체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한국은 1990년대 말부터 게임머니나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는 데 익숙해 향후 유망한 가상화폐 시장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성숙한 시장을 조성하려면 많은 블록체인·가상화폐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엑스포를 주최한 한경닷컴의 고광철 대표는 “블록체인은 산업과 미래를 바꾸는 혁신기술”이라며 “이번 행사가 어두운 터널에 갇힌 가상화폐 시장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