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이 지역색이 강한 그룹 브랜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DGB라는 그룹명이 수도권 진출과 전국 영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14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전국 단위 영업에 본격 나설 것”이라며 “지역색이 강한 그룹명의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서브 브랜드를 통해 수도권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DGB금융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에 ‘서브 브랜드’ 개발을 맡겼다.

이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쓰듯이 대구 및 경북지역에선 DGB를 강조하고 그 외 지역에선 서브 브랜드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DGB금융의 새로운 브랜드는 이달 말 하이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 관계자는 “서브 브랜드를 하이투자증권의 새로운 이름에 넣을지를 놓고 막판 검토를 하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든지 하이투자증권 명칭에 DGB가 직접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완료 후 연내 새롭게 선보일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에도 서브 브랜드를 사용할 예정이다.

DGB금융이 서브 브랜드라는 승부수를 던지는 이유는 우리아비바생명 인수 후 사명을 바꿔 영업 능력이 크게 줄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DGB금융은 2015년 우리아비바를 인수해 DGB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서울·경기지역 설계사들은 DGB생명이라는 생소한 명칭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DGB금융 관계자는 “DGB 명칭 자체가 그룹의 영업 기반을 지역에 지나치게 한정한다는 느낌이 강하고, 앞으로 활성화될 무인점포 및 모바일·인터넷뱅킹시대에는 지리적 구분이 없어진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DGB가 더 이상 ‘집토끼’만 지킬 수 없다는 김태오 회장의 판단이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