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한기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NLL은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온 해상 경계선으로,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왔다는 게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만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NLL의 평화수역화가 군사 충돌 완화뿐만 아니라 남북 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됐지만 북한이 NLL이라는 선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인데 북한이 판문점선언부터 이번까지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분쟁 소지는 군사경계선을 중심으로 육상의 비무장지대에도 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충돌 가능성이 큰 게 서해 지역이어서 남북 평화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는 길이라는 것을 잘 좀 (헤아려) 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한은 지난달 19일 3차 정상회담 때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편 NLL과 관련해 북측 군부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주장해 온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7월부터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백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북측 함정 간 교신에서 그런 내용이 수집됐다”고 인정했다. 서 본부장은 ‘7월부터 간헐적으로 감지된 NLL 관련 부분은 북측 군부에서 불만이 있었다는 의미냐’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