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상표현주의 여성 조작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작품 ‘콰란타니아’(Quarantania)가 홍콩경매에서 약 95억원에 팔렸다.

서울옥션은 지난 1일 제26회 홍콩경매에 출품한 루이스 부르주아 작품 ‘콰란타니아’가 6700만홍콩달러(95억원)에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13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경매회사가 거래한 조각 중에서는 최고가다. 국제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손지성 서울옥션 팀장은 “국내 미술품 경매사가 거래한 조각품 중 최고 낙찰가”라고 설명했다. ‘콰란타니아’는 모성을 품은 거대한 청동 거미조각 ‘마망’으로 유명한 작가가 1950년대에 제작한 작품이다. 기하학적이고 수직적인 다섯 개 형상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2015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도 비슷한 시리즈 작업이 당시 36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었다.
또 이날 경매에서는 김환기를 비롯해 이우환 김창열 오수환 전광영 등 쟁쟁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김환기가 1971년 그린 전면점화 ‘27-XI-71 #211’가 33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 화백이 미국 뉴욕에서 그린 작품으로 청색과 적색, 황색, 녹색 등 다양한 색깔의 점을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며 운율감을 조형화했다. 하나의 색이 띠처럼 찍혀 전반적으로 파란빛이 살짝 감도는 검은색을 띤다.

이우환의 출품작 다섯 점도 모두 낙찰됐다. 그의 1981년작 ‘선으로부터’가 330만홍콩달러(5억원), 1991년작 ‘바람과 함께’가 120만홍콩달러에 경매됐다. 오수환의 ‘곡신(God of Valley)’은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의 2배 가까운 30만홍콩달러(7000만원)낙찰됐다. 김창열, 이강소, 이배, 박영남, 김난표 등의 작품도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새주인을 찾아갔다. 서울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국내외 미술품 47점의 내보인 가운데 39점을 팔아 160억원의 낙찰총액(낙찰률 83%)를 기록했다.

경매된 대부분의 작품은 추정가 범위에서 팔려나가 한국 현대미술이 홍콩 경매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경매 현장을 지켜본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침체됐다 요즘 다소 탄력을 받고 있는 경매 낙찰률이 지난 5월(87%)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매기는 살아 있다.”며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미술에 대한 ‘입질’을 이어가고 있다”며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