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종목이 별로 없습니다.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이 낮기는 하지만, 종목마다 부채가 많고 가격 결정력이 강하지 않죠."

미국 자산운용사 SGA의 알렉산드라 리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사진)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SGA는 좋은 현금흐름을 보이고 부채가 낮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데, 이 기준에 맞은 한국 기업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SGA는 2003년에 설립된 자산운용사로 전체 운용자산은 113억달러(약 12조680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말부터 이스트스프링 글로벌리더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다.

리 매니저는 "우리가 운용하는 펀드에 속한 한국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라며 "중국과의 긴장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하락했는데 우리는 이를 투자 기회로 봤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세계 경제의 변화는 SGA의 투자전략에 긍정적이란 판단이다. 그는 "2009년 저점 이후 세계 증시는 전례없는 활황을 겪고 있다"며 "긴축완화 정책과 역사적인 저금리, 동시다발적인 세계 경기의 회복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변화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긴축 통화정책을 시사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신흥국들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예상이다. 금리 상승은 세계 각국과 기업의 부채 규모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리 매니저는 "금리상승과 부채 증가는 모두 차입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제 기업들은 예전처럼 많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SGA는 제품에 대한 가격 결정력이 있고, 마진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SGA가 위탁운용을 맡은 이스트스프링 글로벌리더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A)는 올 들어 6.39%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