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해진 남북정상회담…북미협상 교착 돌파 중재안 마련이 관건
모두 만족할 비핵화 해법 마련땐 제2차 북미정상회담 판문점 가능성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핵신고·종전선언 논의탄력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남북에 이은 한미, 북미정상회담이 순차적으로 개최될 수도 있어 보인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논의 중이라는 사실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입에서 나왔다.

샌더스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일정을 잡자고 했다면서 "우리는 이에 열려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지속해온 교착국면이 반전의 출로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북미 협상 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다.

적어도 북미 정상이 '난제'를 테이블에 두고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남북관계가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만 먼저 앞질러 가는 상황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올해 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시작으로 남북-한미-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중재역인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혀지게 됐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 만족할 중재안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재안은 핵신고와 종전선언 갈등을 풀기위해 초기 비핵화 조치와 신뢰구축 조치의 로드맵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불가역 조치'로 여기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선(先)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포함한 핵신고를 하게 되면 핵능력이 공개됨으로써 대미 협상 지렛대를 잃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미국은 종전선언이 되돌릴 수 없는 조치여서 먼저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신고 과정을 핵 시설과 보유 핵무기 및 핵물질 등으로 쪼개고, 각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줄 반대급부를 명시하는 방안이 중재안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더불어 비핵화 초기이행조치로 영변 등에 있는 핵심시설 일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견한 감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능화 조치에 들어감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응조치로 미국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북한이 핵신고를 공개적으로 확약하고 종전선언을 체결하고 나서 북한이 완전한 핵신고를 하는 로드맵도 제기된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미 간 핵협상은 원샷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과정에 대한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쪽이 수용할만한 로드맵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중재가 잘 이뤄지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장소는 판문점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북한의 핵신고 등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이 필요한 만큼 우선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이후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종전선언을 체결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정전협정이 여전히 유효함을 분명히 하고 비핵화 과정과 연동된다는 점을 명시하면 미국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중국이 참여하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나 '중재자론'에는 더욱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