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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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업무 반경을 넓히고 있다. 개인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역할을 넘어서 중소·중견기업 등 법인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고 경영에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본사 법인영업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방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등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다.

◆중소·지방 기업들도 적극 공략

법인고객으로 영역 넓히는 증권사 PB들
고액자산가 영업으로 자산관리부문 덩치를 불린 대형사들이 법인고객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자산관리(WM)본부 아래에 법인영업전략팀을 새로 구성했다. 일선 PB센터의 법인고객 유치와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팀은 매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창업 2·3세 등을 위한 포럼을 연다. 다양한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경영상담 등을 해준다. 포럼에 참석한 임원들을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점의 법인고객 관리를 돕기 위해 ‘솔루션파트너’란 조직을 만들었다. PB, 상품전문가, 투자은행(IB) 전문가 등을 한 팀으로 꾸려 법인고객을 관리한다.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대신증권 금융주치의’와 ‘하나금융투자 골드클럽’이라는 자산관리 브랜드를 각각 만들어 법인고객 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법인고객으로 영역 넓히는 증권사 PB들
증권사 자산관리본부가 법인고객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기존 조직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틈새시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 증권사 WM담당 임원은 “본사 법인영업부는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지방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도 자산관리나 경영 컨설팅을 받으려는 수요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증권사 법인고객은 주로 본사의 법인영업본부가 맡아왔다. 법인영업본부는 기업 자금운용, 재무서비스 등 기업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관리본부는 지점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의 자산관리를 담당했다.

◆IB 등 부서와 시너지 기대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이 심해지자 법인 고객을 유치해 외형을 키우려는 것도 PB 업무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금융 민간 기업의 금융자산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6.6%씩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593조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PB팀장은 “한 센터에선 법인영업에 주력한 PB가 관리하는 실질 자산 규모가 개인고객 영업을 하는 PB들의 7배가 넘을 만큼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올 들어 증시 부진으로 주식 거래량까지 줄면서 법인고객을 유치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PB들이 유치한 법인고객이 본사 IB 서비스까지 활용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법인 고객이 전환사채(CB) 발행, 기업공개(IPO) 등을 고려하면 PB가 본사 IB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IB와 WM본부의 협업을 중시하는 삼성증권에서는 지난해 체결한 IPO 주관 계약 55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건을 WM본부의 법인영업을 통해 유치했다.

허명 삼성증권 법인영업전략팀장은 “PB들이 법인 자금을 유치해 관리하면서 자금조달 등 경영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