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맨홀 뚜껑을 열어 봐라
전원주택 초심자는 대부분 집터의 땅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래서 고수는 땅바닥부터 훑는다.

전원주택 단지를 제대로 조성하려면 도로를 따라 5∼6종류의 관을 깔아야 한다. 상수·하(오)수·우수·전기·통신·가스관이다. 개별적으로 조성한 택지는 가스관을 묻지 않고 액화석유가스(LPG)통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화된 전원주택지는 공용 LPG 탱크를 묻은 뒤 도시가스와 같은 시스템으로 가구별 가스관을 땅속에 매설하기도 한다.

땅속 1m 깊이에 묻힌 기반 시설이 살아가면서 편안하게 발을 뻗고 잘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인데도 단지에 와서 이걸 물어보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땅값만 먼저 따진다. 땅값의 진정한 가치는 입지도 중요하지만 이런 기반 시설의 충실도에 달려 있다. 많은 수요자가 이걸 간과하니까 업자들은 이런 데 돈을 쓰지 않는다.

가장 쉽게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도로 위에 있는 맨홀이다. 맨홀 뚜껑에는 매설한 관의 종류가 모두 표기돼 있기 때문에 종류별로 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만 봐도 기반 시설을 제대로 깔았는지 알 수 있다. 도로 개설공사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가스관을 깐다. 나중에 굴착공사를 하다가 가스관을 건드리면 대형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깊게 묻는다. 만약 가스관이 도로 오른쪽에 묻히면 전기선은 왼쪽으로 간다. 혹시 있을 수 있는 가스 누출 시 전기선에 불이 붙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통신선은 전기장에 의한 간섭효과를 막기 위해 전기선과 반대로 묻는다. 따라서 가스·통신선이 같은 라인으로, 전기선이 반대편에 깔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 중간으로 우수·상수·하수관을 넣는다.

이런 기본적인 매설 원칙을 알고 나면 전원주택 단지를 분양하는 상담사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도시에 살다가 전원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난방 연료의 문제다. LPG는 도시가스에 비해 가격이 약 3배 비싸지만 열량이 높아 열효율을 감안한 가격지수는 1.5∼2배 수준(지역별 차이가 있음)이다.

입주 후에 도시가스가 들어온다고 하는 단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단지 내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까지 돼 있고, 도로 어디에도 가스관을 미리 매설한 흔적이 없다면 이런 단지에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 있을까. LPG 탱크를 설치하고 가스관을 매설한 단지에서는 나중에 도시가스관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불가능한 얘기다. 도시가스 공급 주체인 가스회사에서 시공과정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가스관은 도시가스관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공급하지도 않는 단지에 가스관을 미리 매설해 주는 경우도 없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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