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우가 26일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649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8타차 역전승을 거둔 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배선우가 26일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649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8타차 역전승을 거둔 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 경기 시작을 앞두고 3언더파 공동 10위였던 배선우(24·삼천리)는 전반 9개 홀을 마치기 전까지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선두 나희원(24)이 이틀간 11언더파를 몰아치며 압도적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 나희원은 공동 2위 그룹에 5타 차, 배선우에겐 8타 차로 앞서 있었다. 그만큼 배선우의 우승 확률은 희박함을 넘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2년 전 2승째를 거둔 후 준우승만 다섯 번 하며 ‘준우승 징크스’에 빠져 있던 그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전반에만 4타를 줄인 배선우가 카메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후반 홀부터. 그는 기다렸다는 듯 11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낚았고 16번홀(파3)에서도 약 2.5m의 버디 퍼트를 홀 안에 밀어넣었다. 순위표 맨 꼭대기에 배선우가 올라섰다. 하지만 나희원의 무명 반란 가능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희원이 15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서며 반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8타 차를 뒤집은 건 역대 KLPGA투어 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나희원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설마’했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희원이 남은 3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다.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배선우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배선우, 불꽃 버디쇼

배선우는 26일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64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담아 8언더파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적어낸 배선우는 이날 이븐파를 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 공동선두 나희원과 18번홀(파4)에서 연장전을 치러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어프로치가 짧았던 나희원이 파퍼트를 놓친 반면 배선우는 어프로치를 홀 1m 옆에 바짝 붙여 침착하게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배선우는 “작년부터 우승이 없어 고생했는데 오늘을 위해 기다렸던 것 같다”며 “많이 성장한 나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선우는 2016년 9월 열린 KLPGA 챔피언십 이후 2년 만에 통산 3승째를 기록했다. 이날만 8언더파 64타를 친 그는 2010년 서희경(32·은퇴)과 이번주 1라운드에서 김지영(22)이 기록한 코스레코드(7언더파 65타)도 갈아치웠다.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드는 등 우승 없이도 상금 3억원 가까이 모았던 배선우는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더해 상금랭킹 4위로 도약했다.

배선우는 8타 차 열세를 뒤집어 KLPGA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 타이 기록도 세웠다. 2009년 유소연이 MBC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8타 차이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나희원은 공동 2위 그룹과 5타 차 앞선 채 경기를 시작했지만 첫 승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경쟁자들이 대거 타수를 줄이는 동안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하는 등 이븐파에 그치며 11언더파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혜진 상금랭킹 1위 탈환

16번홀 보기 전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던 최혜진(19)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쳐 상금 약 4500만원을 챙겼다. 6억7800여만원을 모은 최혜진은 이번 대회에 불참한 오지현(22)을 따돌리고 시즌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사실상 신인왕을 확정한 최혜진은 대상포인트에서도 39점을 더한 422점을 쌓아 2위 오지현(370점)과 격차를 더 벌리며 다관왕 발판을 마련했다.

정선=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