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업황 분석
강성진 KB증권 연구위원
지난 6월 중순까지는 항공업황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올 2분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의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22.3% 상승했다. 2분기 평균 유가는 전년 동기 대비 40.4%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도 연초 대비 11.9%나 상승했다. 그러나 공항통계를 살펴보면 항공기의 빈 좌석은 점점 줄고, 저단가 승객(환승객) 비중은 낮아지고 있었다. 항공업계의 가격 결정력 강화로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올리면서 유가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항공권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있다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충격은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및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 원화가치가 단기간에 떨어지면서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비용이 증가했다. 해외여행객들은 출발일에 훨씬 앞서서 항공권을 예매하기 때문에 당장은 해외여행객 증가속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9월 말 즈음이 되면 원화가치 절하 효과가 해외여행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증가율은 원·달러 환율 급등 이전부터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20%를 넘나들던 내국인들의 1년 전 대비 해외출국자 수 증가율은 6월에는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여행사들은 하반기 해외 송출 예약 상황이 부정적이라고 밝혀왔던 만큼 원화가치 절하는 하반기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에 확신을 불어넣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내국인 출국자 수는 0.74% 감소했다.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해보면 항공업황 둔화는 이미 저비용항공사(LCC)들부터 체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경우 국제여객 일드(1㎞당 가격)가 1년 전 대비 3.8% 하락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각각 5~7%씩 단가를 높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출처가 다변화된 대형 항공사보다 한국인들이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LCC들이 한국인의 해외여행 증가 속도 둔화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제주항공은 1년 전 대비 좌석공급을 30%가량 늘린 상황이고, 다른 LCC들도 대동소이한 공급 증가를 보이고 있다. 수요 증가 속도가 떨어질 때 좌석이 늘어나면 가격 할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대형 항공사들은 4% 전후의 공급 증가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하반기에는 LCC들의 가격할인이 더 자주 나올 수도 있다. 7월 인천공항 데이터를 살펴보면 LCC들을 중심으로 편당 승객 수 감소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항공기의 빈 좌석이 늘어나면 항공사들은 가격을 낮추기 마련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면 늘어난 유류비용은 항공사 부담으로 고착화된다.
이런 상황을 두고 판단할 때 당분간 항공사들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은 항공업황 둔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를 주가에 반영해 놓았다. 이제부터 투자자들은 시간을 두고 하반기 업황이 예상했던 대로 둔화되는가를 체크하려고 할 것이다.
무역전쟁, 터키 리라화 사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하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한다면 업황에 대한 걱정이 빠르게 줄어들 수도 있다. KB증권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해 4분기 달러당 평균 1085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발표된 유럽의 소비자물가 지표와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로 경기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경기 확장에 대한 전망에 따른 비 달러 통화 선호가 확대돼 달러 강세 추세가 안정화될 수 있다.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 상반기의 양호한 항공업황이 하반기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환율 전망을 바탕으로 하면 주가 조정이 이뤄진 현시점이 항공주 투자의 적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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