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진전 지켜보겠다는 것", "시진핑 방북가능성 염두" 관측도
전문가 "정상회담 날짜 미합의, 南에 '경협·중재역할' 숙제"
전문가들은 남북이 13일 고위급회담에서 '9월 평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 도출에는 이르지 못한 데 대해 북한의 대남압박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한 뒤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하였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정상회담 날짜는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측에 남북 경제협력,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문제 등에 대해 더 적극적인 조치나 입장 표명 등을 하라는 숙제를 던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종전선언을 비롯한 미국의 체제보장과 제재 해제문제 등에서 (남측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하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대남압박 차원에서 날짜를 주지 않고 좀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남측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얽매여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각종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온 것 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애당초 이번 회담은 북한이 답답함과 섭섭함을 토로하고자 했던 것이지 정상회담은 주요 의제가 아니었으리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북한 정권수립일(9·9절)과 9월 하순 유엔총회 등 주요 일정을 거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조기 종전선언 문제 등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등의 유동적인 상황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북미 간 협상 국면에서의 진전 여부와 종전선언 여부 등을 지켜보면서 남북정상회담도 조율해보겠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은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북중관계를 먼저 회복했고, 그런 면에 북중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시기를 9월로 넘긴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 속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재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선(先)비핵화 초기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선(先)종전선언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측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고유환 교수는 "우리가 당사자로서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이행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필요하면 3자 또는 4자 회담 등을 통해 이행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의 수위를 낮춰 일단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수용하되 대북 군사옵션 제약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하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 등을 통해 중국 주도로 과도기 안전보장 방법을 제시하고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끌어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