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로 국내 건설업은 부진… 하반기 해외수주·남북경협 등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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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황 분석
김세련 SK증권 연구위원
건설 업황 분석
김세련 SK증권 연구위원
하반기 건설산업의 키포인트는 해외 수주다. 지난해부터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발주가 활발하다. 핵심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적인 건설 투자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발주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발주가 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전방산업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늘어난 이익을 설비투자에 쓸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들 기업은 최근 몇 년간 호황 속에 많은 현금을 쥐면서 설비 신·증설 욕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는 국내업체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이 신규 설비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건설사 수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플랜트 수주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저유가 국면을 혹독히 거친 산유국이 원유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차원에서 정유·화학 다운스트림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도 플랜트 발주를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탈(脫)석유 아젠다를 가진 중동 국가들이 비(非)플랜트(인프라·도시 개발 등) 발주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해외 수주를 활발하게 할 요인이다. 여기에 올 들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원유 정제시설 증설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여건은 더 좋아지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각사 목표보다 20%씩 적다는 보수적 가정을 하더라도 수주 가뭄이던 2016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업황은 녹록지 않다. ‘융단폭격’이나 다름없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로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올해 주택 거래량은 연초 입주물량 증가로 이사가 몰려 반짝 회복했을 뿐 사실상 하락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어려운 부동산시장 환경에도 대형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강화된 규제로 서울 강남 3구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입주 물량을 앞두고 있지만 공급 감소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2년 전 주택 공급으로 돈을 번 건설사들마저 다소 보수적으로 분양 공급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재건축과 자체 물량을 고려하면 올해 대형 건설사의 분양 공급은 지난해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전국 매매가격지수가 하락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강남 3구 주택가격이 견조하게 버텨주면서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방어해준 덕분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선 이미 매매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SOC 투자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올해 SOC 예산은 사상 최저 수준인 19조원으로 중앙 정부 총지출의 5%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 적잖은 기여를 하는 건설투자 금액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 토목 발주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 건설주 움직임을 살펴보면 해외 수주, 남북한 경제협력 기대 등에 힘입어 대형사 쪽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지방 중소 건설주와 부동산신탁사의 기업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방 건설사 중에선 순현금이 시가총액과 맞먹는 회사도 있을 정도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낮다 보니 주식시장에선 매수 시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단기 매수는 가능하겠지만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면 주가는 상방이 막혀 있는 상태다. 건설주는 이익이 아니라 수주로 움직이는 함수이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 모멘텀으로 대폭 상승했던 건설주 주가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반기 여러 남북경협 관련 호재가 생길 수 있지만 경협과 통일의 수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확정된 경협 내용인 개성공단 확장,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사업에 드는 투자금액을 합치면 약 30조원으로 이는 국내에서 1년간 나오는 토목 발주 규모와 비슷하다. 이를 근거로 판단하면 경협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국내 부동산업황 둔화로 할인된 건설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0배 수준까지 정상화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가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및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한 직관적 기대로 건설주는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sally.kim@sk.com
발주가 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전방산업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늘어난 이익을 설비투자에 쓸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들 기업은 최근 몇 년간 호황 속에 많은 현금을 쥐면서 설비 신·증설 욕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는 국내업체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이 신규 설비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건설사 수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플랜트 수주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저유가 국면을 혹독히 거친 산유국이 원유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차원에서 정유·화학 다운스트림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도 플랜트 발주를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탈(脫)석유 아젠다를 가진 중동 국가들이 비(非)플랜트(인프라·도시 개발 등) 발주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해외 수주를 활발하게 할 요인이다. 여기에 올 들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원유 정제시설 증설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여건은 더 좋아지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각사 목표보다 20%씩 적다는 보수적 가정을 하더라도 수주 가뭄이던 2016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업황은 녹록지 않다. ‘융단폭격’이나 다름없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로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올해 주택 거래량은 연초 입주물량 증가로 이사가 몰려 반짝 회복했을 뿐 사실상 하락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어려운 부동산시장 환경에도 대형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강화된 규제로 서울 강남 3구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입주 물량을 앞두고 있지만 공급 감소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2년 전 주택 공급으로 돈을 번 건설사들마저 다소 보수적으로 분양 공급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재건축과 자체 물량을 고려하면 올해 대형 건설사의 분양 공급은 지난해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전국 매매가격지수가 하락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강남 3구 주택가격이 견조하게 버텨주면서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방어해준 덕분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선 이미 매매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SOC 투자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올해 SOC 예산은 사상 최저 수준인 19조원으로 중앙 정부 총지출의 5%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 적잖은 기여를 하는 건설투자 금액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 토목 발주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 건설주 움직임을 살펴보면 해외 수주, 남북한 경제협력 기대 등에 힘입어 대형사 쪽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지방 중소 건설주와 부동산신탁사의 기업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방 건설사 중에선 순현금이 시가총액과 맞먹는 회사도 있을 정도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낮다 보니 주식시장에선 매수 시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단기 매수는 가능하겠지만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면 주가는 상방이 막혀 있는 상태다. 건설주는 이익이 아니라 수주로 움직이는 함수이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 모멘텀으로 대폭 상승했던 건설주 주가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반기 여러 남북경협 관련 호재가 생길 수 있지만 경협과 통일의 수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확정된 경협 내용인 개성공단 확장,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사업에 드는 투자금액을 합치면 약 30조원으로 이는 국내에서 1년간 나오는 토목 발주 규모와 비슷하다. 이를 근거로 판단하면 경협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국내 부동산업황 둔화로 할인된 건설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0배 수준까지 정상화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가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및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한 직관적 기대로 건설주는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sally.kim@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