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겹호재를 맞았다. 다른 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새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한 든든한 ‘실탄’을 확보했다. 한화지상방산 등 자회사 수출 증가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실적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일 보유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5.99%)을 236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시점이 공교롭게 KAI 주가가 단기 저점일 때여서 배경을 놓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사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부터 KAI가 추진 중인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분분했다.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은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15년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와 최신형 항공기 엔진인 GTF 엔진 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체결했다. 연료 효율성이 높은 GTF 엔진은 유럽 여객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중단거리형 여객기인 ‘A320네오’에 탑재된다. A320네오는 6000대 이상의 수주 잔액을 확보한 인기 기종이다.일반적으로 수조원대의 투자비가 필요한 항공기 엔진 개발사업은 수익을 참여지분만큼 배분하는 RSP 계약을 맺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GTF 엔진 개발에 48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800억원가량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올해 1분기에도 GTF 엔진 투자비용 184억원이 반영돼 3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RSP 계약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사후관리시장 매출이 늘어나는 시점부터는 수익이 높아진다”며 “항공기엔진 글로벌 넘버원 파트너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화지상방산과 한화테크윈 등 자회사의 선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올해 2분기 한화지상방산의 K9 자주포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20배 이상 증가했다.폐쇄회로TV(CCTV)를 생산하는 한화테크윈도 오는 4분기부터 베트남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어서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다음달 1일 그룹 시스템통합(SI)업체인 한화S&C를 흡수합병하는 것도 호재다. 한화S&C 합병을 통해 연간 4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5.99%(584만7511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NH투자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한국항공우주 지분 5.99%를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예상가격은 주당 4만원에서 4만1710원 사이로 이날 종가(4만300원)에 할인율 3~7%를 적용했다. 총매각 금액은 2339억~2438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1월에 한국항공우주 지분 4.01%(390만 주)를 2796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이번 블록딜로 남은 물량을 전량 처분키로 했다.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으나 2016년에 1차 블록딜을 하면서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016년 두산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각각 4.99%와 10%의 한국항공우주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유일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한국항공우주의 매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의 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6.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IB업계 관계자들은 “남북한 화해 모드가 형성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방산업체 인수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며 “이번 블록딜로 한국항공우주의 주인 찾기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키움증권은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2분기 실적 회복 전망은 유효하지만 회복 강도는 아쉽다며 목표주가를 3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김지산 연구원은 "2분기부터 실적 개선 스토리는 유효하겠지만 중국 설비 투자 수요에 기반한 민수 사업들의 회복 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주가는 낙폭 과대 상태지만, 엔진 국제개발공동사업(RSP) 사업의 딜레마로 실적 모멘텀이 미흡하고 남북 화해 시기에 방산 분야의 업황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68억원을 유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16억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는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스토리는 정밀기계(산업용장비), 테크윈(시큐리티), 파워시스템(에너지) 등 한동안 부진했던 민수 사업들이 회복되는 데 있다"며 "그 강도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고, 민수 사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업 분할과 더불어 강도높은 체질 개선 노력을 기울였고 중국 중심의 설비 투자 재개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수 사업은 회복하고, 방산은 수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정밀기계는 중국 전자부품 산업 중심으로 칩마운트 수요가 재차 증가하고, 파워시스템은 중국 철강 산업 위주로 공기압축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시큐리티는 중국 내 가격 경쟁을 지양하는 한편 원가절감을 위해 베트남 중심의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엔진부문은 RSP 비용이 더 증가할 예정으로 올해를 정점으로 2023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지방방산은 최근 에스토니아 대상 500억원 규모 K9 자주포 수출이 성사됐고 추가로 터키 2차 및 UAE 대상 수주 성과가 기대되며 한화S&C와 합병으로 실적 규모가 한층 상향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