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 진제 스님 "종단사태 참담…해결책 기다려달라"
조계종 내홍 연일 확산… 해결방안 나올까
대한불교조계종의 내홍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설조 스님의 단식이 40일을 향해가는 가운데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총무원은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혁신안이 종단 안팎의 개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종단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국선원수좌회는 "종단의 사태가 위기를 맞이해 혼란이 극도에 이르고 있다"며 27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국민 참회 108배에 나서겠다고 26일 밝혔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역대 중앙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과 종단혁신기구 구성, 총무원장 직선제 시행 등을 촉구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침묵하는 총무원장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전날 151명에 이어 이날 106명의 비구니 스님이 성명에 동참했다.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외부 단체도 세를 불리고 있다.

자성과 실천 종교연대 준비모임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조계종 지도부의 즉각 사퇴, 종교인의 법률위반 엄중처벌, 종교계 국고지원금 즉각 수사를 요구했다.

종교계 자정과 개혁 운동을 위한 단체 출범을 준비하는 이 모임은 함세웅 신부, 허원배 목사, 명진 스님이 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심이 된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대표단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사찰방재시스템 사업과 관련된 국고지원 예산 낭비와 횡령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7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조계종 부패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오는 28일에는 오후 6시부터 종로 보신각에서 집회를 연다.

폭염 속에서 설조 스님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고, 종단 안팎이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조계종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정 스님이 지난 20일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종단 혁신안을 발표하려던 기자회견을 취소한 후 총무원 측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불교계 관계자는 "설정 스님이 마음을 비운다고 해도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이른 시일 내에 수습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현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이 다음 달에는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부산 해운정사를 찾은 교수불자회, 언론사불자연합회 등 신도단체 대표들에 따르면 진제 스님은 "지금의 종단사태가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다음 달 말쯤에는 종단에서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해운정사 박대성 신도회장은 "설정 스님이 최근 두 차례 종정 예하를 예방했으며 이때 현 사태와 관련한 의혹을 소상히 소명할 것을 하교하자 총무원장 스님이 개혁 기구를 만들어 8월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제 스님은 설조 스님의 단식에 대해서는 "스님의 진의를 잘 알고 있다며 종단에서 다음 달까지 해결책을 내놓기로 했으니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