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확대하고, 자칫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이른바 '을간의 갈등'을 심화할 경우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저임금인상 갈등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오직 최저임금만 다룬 탓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면 노동 불평등 해소 대책뿐 아니라 세제개편, 복지 확충, 대기업 갑질 해소 등 다른 대책들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 '최저임금'만 올리면 실업 위험…"경제팀, 반쪽 정책이 문제"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하고 광화문 천막 농성 등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카드수수료 인하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처럼 거리로 나서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인태연 한국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장은 22일 "대기업이 시장에 마구잡이로 들어와 중소 상인 먹을 것을 빼앗고 이윤구조도 (대기업과 건물주 탓에) 지나치게 가혹해 위기가 턱밑까지 온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으나 갑질 해소 등 더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올려 일격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송공인연합회 측은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10.9%의 절반 수준으로 했어도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었다"며 "먹고 살 정도는 돼야 임금도 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정부 경제팀의 잘못된 인식과 엇박자로 반쪽 정책이 나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만 올리고 대기업과 건물주 등 '갑'질 해소 등 다른 재분배 정책을 하지 않아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번 문제는 노동 불평등만 해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경제관념에서 비롯됐다"며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 문제는 외면한 채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오로지 최저임금만 급격하게 올려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은 양날의 칼이어서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역효과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것은 복지가 잘 안 돼 있어 생계형 창업이 많기 때문"이라며 "근본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실직자가 생겨 서로 착취하는 악순환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만 올리면 공급이 초과해 업자들과 점주들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어,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올리고서, 노동 수요를 늘리고 이익을 배분할 정책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점주들의 지급능력을 높이기 위해 가맹본부와 점주 간 이익 배분 문제나 프랜차이즈 계약의 불공정성 등을 개선하는 대책을 써야 했다는 것이다. ◇ 기울어진 운동장 해법은?…복지·대기업개혁·세제정책도 추진
일부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위한 개혁 작업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안에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으나 표심 등을 의식해 전략적으로 사고하거나 좌고우면하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재벌 대기업 개혁과 복지와 세제개편 등 다른 정책을 동반해서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우 명예교수는 "보유세 강화와 복지 증세, 임대료 인하 등 갑질 근절 대책을 과감하게 펴면 분배가 개선되고 성장이 회복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3박자가 순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하준 교수도 복지를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복지가 뒷받침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는 "성장을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제개편과 예산을 결부시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보유세는 더 걷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아주는 '성장 친화적(프랜들리)'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점주들의 지급능력을 높이기 위해 가맹본부와 점주 간 약관심사를 강화해 더 많은 이익이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주로 가도록 바꿔놓거나 프랜차이즈 계약의 불공정성 문제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로 가는 낙수효과를 위해 대기업 개혁과 초과 이익 공유 세제 등 세제개편, 일자리를 위한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영세 자영업자에 최고 2.5%를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율을 대기업과 차별 없이 대폭 내리고 자영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