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살펴보자
지난 시간에는 채권과 주식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좋은 채권, 좋은 주식을 고르는 법을 알려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저희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께서 쓰윽 보시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그 전에 영아프로, 너부터 알아야지” <나의 투자 성향은?>
모든 사람은 성향도 다르고 능력도 다르죠. 저는 태어나길 겁쟁이로 태어난 데다 ‘최고의 재테크는 저축이니 헛짓거리하지 말라’는 신조를 지닌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소중한 돈을 한 푼도 잃을 수 없다”는 엄청나게 안정지향적인 투자 성향을 지녔죠. 이런 제가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큰 주식이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큰 회사에 투자했다면? 매일 회사에서 일도 못 하고 밤엔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할 겁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보니 주변에 저희 엄마가 말씀하신 ‘헛짓거리’로 돈을 번 분들이 정말 많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기대수익은 높은 주식으로 조금씩 눈이 갑니다. 이렇게 개인의 투자 성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교육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성향보다 중요한 건 투자 능력>
투자를 할 때 성향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능력의 수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내가 손실 구간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에요.
어떤 건물주와 제가 같은 회사 주식을 각각 1000만원어치 샀다고 칩시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주식 시장도 오를 때가 있고,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죠. 어느 날 이 회사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받는 건물주는 ‘아이… 101호 월세 6개월 치 날렸네…쩝 아깝다’하고 버티겠지만 저는 ‘어떻게 모은 결혼자금인데! 다시 오를 것 같긴 한데 그러다 나머지 500만원도 날리면 어떻게 하지? 엉엉’ 하고 놀라서 주식을 잽싸게 팔고 500만원이라도 들고나올 겁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제가 팔아버린 주식이 다시 올라 1000만원이 2000만원이 되는 걸 보면 엄청 배 아파하겠죠. 어떤 돈 많은 사업가가 위에서 말한 주식을 같은 시기에 1억원어치를 샀다고 합시다. 사업가가 계속 그 주식을 가졌더라면 최종적으로는 주식의 가치는 2억원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하필 주식 가격이 반토막 난 시기에 급히 사업자금 4000만원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가진 주식 대부분을 싼값에 팔아야겠죠. 이렇게 돈을 얼마나 버느냐만큼이나 유동성 제약이 없는가도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있거나 급하게 현금을 쓸 일이 없다면 좋겠죠?
<나의 위험감내력을 알아봅시다> 이렇게 개인의 투자 성향과 능력을 합쳐 위험감내력(risk tolerance)라고 부르는데요. 능력도 있고, 투자성향도 공격적이면 위험감내력이 크고, 능력은 있는데 투자성향이 안정 지향적이면 위험감내력이 보다 낮겠죠. 능력은 부족한데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있는 분들은 내 능력을 한참 벗어난 사행성 투기를 조심하시고요. 저처럼 능력도 없고 투자성향도 안정지향적이면 위험감내도는 매우 낮아집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 그럼 "위험감내력이 낮으면 만기가 정해져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만 투자하고, 위험감내력이 높으면 위험하지만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에만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아닙니다. 모든 투자에는 크든 작든 손실위험이 있어서 하나의 프로젝트 혹은 하나의 종류에만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신 위험감내력이 낮을수록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고, 위험감내력이 높을수록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하죠. 앞서 파악한 나의 위험감내력을 바탕으로 수익의 몇 %를 투자할지, 전체 투자금액에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어떻게 가져갈지, 몇 개의 상품에 나누어 투자할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상품이 보인다고 무턱대고 투자하시면 저처럼 됩니다. 여러분이 질러주면 와디즈의 영업이익이 올라가겠지만, 저희는 투자자와 메이커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지속가능한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를 꿈꾸니까요.
자 이제 주의 사항도 말씀드렸으니 다음 시간에는 진짜로! 좋은 프로젝트 고르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다음주에 만나요!
글 김영아
와디즈의 막내 투자 콘텐츠 디렉터(CD)입니다. 우리의 작은돈이 필요한 곳에 모여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고 있어요. 아 물론 돈도 벌면서요. 더 많은 ‘우리’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알리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투자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일을 합니다. 그림 이윤경
와디즈의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좋은 '사람' 와디즈가 좋은 '브랜드'로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물을 주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의 시작을 돕기를, 그리고 더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