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연극적 구성과 서정적 넘버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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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탄탄한 연극적 구성에 서정적인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음악)가 결합돼 꽉 찬 무대였다. 5년 만에 돌아온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얘기다.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01년 배우 이병헌, 고(故)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원작으로 한다. 한 여인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17년 뒤 그 여인을 연상하게 하는 소년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다. 연출은 ‘헤드윅’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을 무대에 올린 김민정 감독이 맡았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다른 뮤지컬에 비해 연극적 요소가 매우 강했다. 시간을 뛰어넘는 스토리에 맞춰 시대별 특성을 부각하는 설정과 대사가 많았다. 주인공 인우(강필석 분)와 태희(김지현 분)가 함께 있는 1983년 대학가 풍경, 17년 뒤 선생님이 된 인우가 태희와 비슷한 남학생 현빈(최우혁 분)을 제자로 만나는 2001년 고등학교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며 속도감 있게 교차시켰다. 조연들의 비중을 높여 사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도 냈다. 주인공 위주로만 돌아가면 단선적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들의 다채로운 연기가 더해져 입체감을 줬다.
뮤지컬보다 연극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음악으로 이를 보완했다. 단 하나의 ‘킬링 넘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넘버가 서정적이면서도 쉽게 각인되는 선율로 가득했다. 인우와 태희가 처음 만나는 순간 펼쳐지는 ‘그대인가요’부터 상큼한 선율의 ‘그런가봐’, 애절한 사랑의 노래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등이다.
주연들의 농익은 연기와 청량한 목소리도 돋보였다. 이전 공연 때부터 함께해 온 강필석과 김지현은 각각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처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풋풋한 첫사랑을 전하듯 목소리 톤도 맑고 부드러워 캐릭터에 잘 맞았다.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빈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전생에 태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이 깨달음은 현빈과 태희가 한 무대에서 서로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표현된다. 하지만 극적 효과가 높지 않고 다소 어설픈 마무리였다. 다음달 26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01년 배우 이병헌, 고(故)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원작으로 한다. 한 여인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17년 뒤 그 여인을 연상하게 하는 소년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다. 연출은 ‘헤드윅’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을 무대에 올린 김민정 감독이 맡았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다른 뮤지컬에 비해 연극적 요소가 매우 강했다. 시간을 뛰어넘는 스토리에 맞춰 시대별 특성을 부각하는 설정과 대사가 많았다. 주인공 인우(강필석 분)와 태희(김지현 분)가 함께 있는 1983년 대학가 풍경, 17년 뒤 선생님이 된 인우가 태희와 비슷한 남학생 현빈(최우혁 분)을 제자로 만나는 2001년 고등학교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며 속도감 있게 교차시켰다. 조연들의 비중을 높여 사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도 냈다. 주인공 위주로만 돌아가면 단선적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들의 다채로운 연기가 더해져 입체감을 줬다.
뮤지컬보다 연극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음악으로 이를 보완했다. 단 하나의 ‘킬링 넘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넘버가 서정적이면서도 쉽게 각인되는 선율로 가득했다. 인우와 태희가 처음 만나는 순간 펼쳐지는 ‘그대인가요’부터 상큼한 선율의 ‘그런가봐’, 애절한 사랑의 노래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등이다.
주연들의 농익은 연기와 청량한 목소리도 돋보였다. 이전 공연 때부터 함께해 온 강필석과 김지현은 각각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처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풋풋한 첫사랑을 전하듯 목소리 톤도 맑고 부드러워 캐릭터에 잘 맞았다.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빈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전생에 태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이 깨달음은 현빈과 태희가 한 무대에서 서로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표현된다. 하지만 극적 효과가 높지 않고 다소 어설픈 마무리였다. 다음달 26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